한국은 문재인 정부 이전까지만 하더라도 소득세 최고세율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을 밑돌았다. 2016년엔 한국이 41.8%(지방소득세 포함)였으며 OECD 평균은 42.5%였다. 정부가 재정지출 확대를 가급적 자제하고 근로소득자들의 저축 및 소비를 유도하는 정책을 펴온 결과다.
하지만 2016년부터 상황이 바뀌었다. 복지 지출 등을 대폭 늘리면서 부족한 재원을 ‘부자 증세’로 메우기 시작했다. 박근혜 정부 때인 2016년 소득세 최고세율을 41.2%에서 44%로 인상키로 결정했고 2017년 적용되기 시작했다. 이때 처음으로 OECD 평균 42.4%를 웃돌기 시작했다.
문재인 정부 들어서도 소득세 최고세율은 두 차례 인상됐다. 2018년에 소득세 최고세율이 46.2%로 상향됐다. OECD 평균과의 격차는 3.9%포인트로 확대됐다. 올해는 격차가 더 벌어질 전망이다. 소득세 최고세율이 49.5%로 또다시 높아졌기 때문이다.
지난 10년간 한국의 소득세 인상 속도는 세계에서도 가장 빠른 편에 속한다. 한국의 소득세 최고세율은 2010년만 해도 38.5%였는데, 2019년 46.2%로 7.7%포인트 올랐다. 같은 기간 한국보다 큰 폭으로 소득세율을 인상한 나라는 리투아니아(12%포인트), 그리스(10%포인트), 슬로베니아(9.0%포인트), 프랑스(8.6%포인트) 등 4개국에 불과했다.
작년과 올해 기준 OECD 통계는 아직 집계되지 않았다. 하지만 한국의 소득세 최고세율이 올해 49.5%로 또 올랐기 때문에 경제 규모가 한국보다 큰 국가 중에선 지난 10여 년간 한국이 가장 큰 폭으로 소득세율을 올린 국가로 기록될 전망이다.
오문성 한국조세정책학회장(한양여대 세무회계과 교수)은 “정부가 ‘핀셋 증세’라며 고소득층만을 대상으로 소득세율을 올렸지만, 너무 빠른 속도로 세율을 올리는 바람에 조세저항과 근로의욕 저하를 유발할 가능성이 높다”며 “재원이 필요하면 모든 계층을 대상으로 조금씩, 천천히 세율을 올려야 부작용을 막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은 부동산 등 자산에 부과되는 세금도 주요국 가운데 높은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OECD가 집계하는 자산세(Tax on property) 자료를 보면,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자산세 비율은 2019년 기준 3.121%로 OECD 회원국 가운데 일곱 번째로 높다. 자산세는 자산을 보유·양도하는 과정 등에서 내야 하는 모든 종류의 세금을 가리킨다.
정의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