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포 재건축 4000가구 이주…전셋값 '불안'

입력 2021-05-05 17:07
수정 2021-05-12 19:33

서울 서초구 반포에서 재건축에 따른 대규모 주민 이주가 본격화한다. 반포주공1단지 1·2·4주구를 시작으로 신반포18차·21차, 반포주공1단지 3주구 등 4000가구가량이 하반기 이주를 앞두고 있다. 재건축을 하면 기존 아파트를 철거하고 새로 지어야 하기 때문에 다른 곳으로 이사해 살아야 한다. 이주하는 만큼 전·월세 수요가 생기게 된다. 이 때문에 잠시 숨을 고르던 강남권 전세시장에 다시 불이 붙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반포주공1단지 등 이주5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서초구 반포동 ‘반포주공1단지 1·2·4주구’ 재건축 조합은 지난달 29일 총회를 열고 이주를 확정했다. 이주 기간은 다음달 1일부터 시작해 오는 11월 30일까지다. 이 기간에 총 2120가구가 이삿짐을 꾸리게 된다.

반포주공1단지 1·2·4주구는 앞서 2018년 12월 관리처분인가를 받고 2019년 10월부터 이주에 나설 계획이었다. 당시 인근 아파트 전셋값이 2억~3억원가량 급등한 바 있다. 그러나 일부 조합원이 조합을 상대로 제기한 관리처분계획 무효 소송 1심에서 패소해 일정이 연기됐다. 그러다 지난해 말 서울고등법원이 1심을 뒤집고 조합 손을 들어주면서 1년8개월 만에 이주가 결정됐다. 이 단지는 재건축을 통해 5388가구 규모의 ‘반포 디에이치클래스트’로 재탄생할 예정이다.

인근 소규모 재건축 단지도 이주에 나선다. 한강변 1 대 1 재건축으로 진행되는 ‘신반포18차’도 이주가 확정됐다. 오는 10일부터 7월 23일까지 182가구가 이사갈 집을 찾는다. ‘신반포21차’(108가구)도 지난달 말 관리처분인가를 받고 오는 24일부터 7월 23일까지 이주를 진행한다. 이 단지는 지난해 5월 포스코건설이 시공권을 따낸 단지다.

여기에 ‘반포주공1단지 3주구’ 1490가구도 이르면 올해 하반기 이주를 시작할 전망이다. 이 단지는 지난 3월 서초구청에 관리처분계획 인가를 신청한 상태다. 당초 정비업계에선 반포 일대 재건축 이주가 몰리고 있어 3주구의 경우 시기를 조정받는 심의를 받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그러나 서울시와 서초구청은 3주구를 이주조정심의 대상으로 선정하지 않았다. 조합 측은 사업 진행에 속도를 내기 위해 관리처분인가 직후 사업시행변경인가와 동시에 이주를 진행하겠다는 계획이다. 관리처분계획 인가 결정은 이르면 올 하반기께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서초·동작·과천 전셋값 자극4000가구에 달하는 가구의 이주 일정이 몰리면서 인근 지역 전셋값이 자극을 받게 됐다. 지난해 7월 말 임대차보호법 시행 이후 전셋값이 급등한 이후 현재는 전세 수요가 다소 줄었다. 하지만 이주가 시작되면 기존 신고가보다 많게는 수억원 이상 전셋값이 오를 수 있다는 예상이 나온다.

‘반포주공1단지’와 가까운 ‘신반포2차’는 1978년 준공돼 올해로 44년차 아파트로, 지난달 전용면적 68㎡ 전셋값이 6억6000만원에 신고가를 썼다. 현재 시장에는 전세보증금 7억원대 매물도 나와 있다. ‘신반포4차’ 전용 105㎡는 지난 1월 9억3000만원에 신규 전세계약이 이뤄졌는데, 현재 호가는 11억~11억5000만원에 달한다.

반포 일대 신축 아파트 전셋값도 고공행진 중이다. 반포동 ‘아크로리버파크’ 전용 59㎡는 3월 전세보증금 15억원에 계약이 이뤄졌다. 현재 17억원대까지 매물이 나와 있다. 인근 ‘래미안퍼스티지’ 전용 84㎡는 기존 전세 최고가가 19억5000만원(2월)이지만 현재 최고 호가는 22억원에 달한다. 반포동 A공인 대표는 “지난해 말과 올해 초처럼 전세 수요가 많아 매물이 나오는 대로 소화되는 분위기는 아니지만 집주인들이 전셋값을 기존 최고가에서 쉽게 내리지 않고 있다”며 “반포 일대 재건축 이주가 시작되면 전세가 귀해져 몸값이 더 뛸 것”이라고 말했다.

이주 수요가 방배 등 서초구 내뿐 아니라 동작구 흑석동, 과천 등 인근 지역 전세시장까지 흘러들어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장재현 리얼투데이 리서치본부장은 “과거 ‘개포주공’과 ‘가락시영’ 등 대규모 재건축 단지 이주 전후로 강남권 일대 전셋값이 들썩인 사례가 있다”며 “당분간 서울 입주 물량이 부족한 것도 전세 시장의 불안 요인 중 하나”라고 강조했다.

신연수 기자 s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