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와 도요타자동차, 도시바 등 일본의 분야별 대표기업 50곳이 공동으로 양자기술을 개발하는 협의체가 이달 출범한다. 미국과 중국이 차세대 국가경쟁력을 좌우할 양자기술의 패권을 차지하기 위해 정부 주도로 기술 개발을 서두르는데 따른 대응 방안이다.
5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일본 정부가 이달 중 발족하는 민관 협의회에는 도요타, 도시바, NEC, 후지쓰, 히타치, NTT그룹 등 분야별 대표기업 50여곳이 참여한다.
분야별 소위원회를 설치해 양자암호·양자통신 기술, 신약 및 신소재, 양자 시뮬레이션 기술, 양자파동·양자확률론을 이용한 금융상품 등을 개발할 계획이다. 내년 중 협의회를 법인화하고, 양자기술에 투자하는 펀드를 조성할 계획도 갖고 있다.
미국과 협력해 양자기술 분야에서도 중국을 견제하는 구상도 검토되고 있다. 지난달 16일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미·일 정상회담에서 양국은 공동성명을 통해 "양자과학의 연구 및 기술개발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협력한다"고 밝혔다.
양자기술은 특수한 물리 법칙인 양자역학을 고속연산과 통신분야에 활용하는 기술이다. 컴퓨터 처리 능력과 암호, 통신, 센서 기술을 비약적으로 향상시킬 수 있고 신약, 신소재, 금융상품 개발 등 다양한 영역에 활용할 수 있다.
첨단 기술의 개발능력을 좌우할 뿐 아니라 안전보장과도 직결되기 때문에 기술개발과 실용화의 속도가 앞으로 수십년간 국가 경쟁력을 결정할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일본은 안보 분야에 활용도가 높은 양자통신·암호 분야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갖고 있다. 도시바의 양자통신·암호 하드웨어 관련 특허건수는 세계 1위이고 NEC와 NTT도 세계 최대 규모의 관련 특허를 갖고 있다.
반면 기술을 실용화하는 측면에서는 중국에 뒤처져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중국은 국가 주도로 이미 베이징과 상하이간 2000㎞에 걸쳐 양자암호 통신망을 깔았다.
정부가 나서서 주요 기업들의 첨단 기술을 서둘러 실용화하지 않으면 '기술에서 이기고 사업에서 진다'는 일본의 약점이 반복될 것이라는 위기감을 민관이 공유하고 있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개별 기업이 독자적으로 진행하기에는 위험성이 크지만 정부의 지원을 받아 기업들이 공동으로 개발하면 양자기술의 실용화 및 사업화에 속도를 낼 수 있다는 계산이다.
미국도 정부 주도로 양자기술 개발에 힘을 쏟고 있다. 미 정부는 지난해 6억달러(약 6756억원)를 투자해 복수의 국립연구소에 양자기술 연구센터를 설치하는 계획을 발표했다. IBM과 마이크로소프트(MS) 등 미국 정보기술(IT) 대기업들도 정부 구상에 동참하기로 했다.
도쿄=정영효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