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코인은 곧 상장될 예정입니다. 지금 투자하면 상장 후 O배로 돌려드립니다.” “상장만 되면 가격 O배 오른다고 장담합니다.”
이런 솔깃한 문구와 함께 암호화폐 투자 제안을 받았다면 사기 의심부터 해보는 게 좋다. 코인을 암호화폐거래소에 상장한다는 것은 비상장주식이 코스닥시장에 상장하는 것과 비슷한 개념이다. 사기꾼들은 거래소와의 연줄을 과시하면서 ‘상장 전 투자’를 종용하며 중장년과 노년층을 유혹하는 수법을 많이 쓰고 있다. 코인 열풍을 타고 이런 사기가 기승을 부리자 거래소들도 적극적인 대응에 나섰다.
“코인 상장 들먹이는 다단계 조심”업비트는 최근 회사에 접수된 제보를 토대로 대표적인 상장 사기 유형들을 공개했다. 업비트에 따르면 작년 12월부터 지난달까지 총 61건의 사기 제보가 접수됐다. 거짓 상장 정보로 투자를 유인한 뒤 연락이 끊긴 사례가 80%를 넘었다. 업비트 직원을 사칭해 상장 제안 또는 상장비 요구를 한다거나 상장 프로젝트 정보를 공시 전 유출하는 등의 사례가 나머지 20%를 차지했다.
상장을 빌미로 개인 통장으로 투자금을 받고, 다단계 판매로 피해를 유발하는 사례가 특히 많았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업비트가 직접 발행하는 코인이라며 매입을 요구하는 사기꾼들도 있었다. 이들은 “업비트가 직접 발행하는 코인인데, 업비트는 상장 전에는 무조건 사실이 아니라고 주장하겠지만 확실한 정보이니 믿고 투자하라”고 홍보한 것으로 드러났다. 회사 측은 “업비트가 발행하는 코인은 존재하지 않는 만큼 속지 않도록 주의해달라”고 당부했다.
조만간 업비트 상장을 앞두고 다른 거래소에 먼저 상장했으니 지금 사두라는 식의 수법에도 넘어가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업비트 관계자는 “공식 홈페이지로만 상장 신청을 접수하고 있고 상장비는 받지 않는다”며 “상장이 확정될 때에만 공지사항을 통해 알리고 있다”고 했다.
업비트는 유튜브 방송과 SNS를 이용한 선동·선행매매와 관련해서도 신고를 받고 있다. 최근 인터넷을 통해 투자자를 선동하고 특정 암호화폐의 매수를 부추겨 부당한 이익을 취하는 사례가 많다는 판단에서다. 업비트 측은 “시세에 부당한 영향을 주는 행위를 근절하려는 것”이라며 “신고 대상이 된 사람은 업비트 자체 검토 결과에 따라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신규 상장 코인 모니터링 강화”빗썸은 자금세탁, 보이스피싱 등의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해 입출금 정책을 대폭 강화했다고 밝혔다. 대표적인 조치는 ‘신규 가상자산 보호예수 모니터링 시스템’이다. 주식시장의 보호예수 제도와 같이 상장 직후 과도한 매물 출회로 개미 투자자가 피해를 보는 것을 막기 위한 제도다. 외부로부터 거래소 지갑에 대량으로 입금된 암호화폐에 대해 회사 측이 출처 확인을 거쳐 거래 여부를 결정하도록 했다. 빗썸 측은 “상장 재단이나 특정 투자자가 상장 전후로 기준 유통량 이상의 암호화폐를 입금할 경우 거래가 제한된다”며 “출처를 증명해야만 거래가 가능해진다”고 설명했다. 빗썸은 해외 IP 접속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하는 한편 비정상적으로 많은 암호화폐 입출금 요청이 들어올 때 확인 절차를 거치도록 했다.
업비트는 지난달 26일부터 원화 1회 입금한도는 1억원, 하루 입금한도는 5억원으로 제한하고 있다. 이전까지 실명확인 입출금 계좌를 인증한 회원은 입금이 무제한이었으나 처음으로 한도를 설정한 것이다. 이것 역시 자금세탁 및 보이스피싱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한 취지라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대형 암호화폐거래소들은 금융사고를 예방한다는 취지에서 일정 시간 암호화폐 현금화를 제한하는 제도도 운용하고 있다.
임현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