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남 암살 베트남 女 "유튜브 촬영인 줄 알아…수차례 연습"

입력 2021-05-04 22:40
수정 2021-05-05 00:15

2017년 2월 말레이시아에서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장의 이복형 김정남을 살해한 베트남 여성이 도안 티 흐엉(32)씨는 한국 언론과 인터뷰를 진행했다.

흐엉 씨는 SBS와 인터뷰에서 암살 2개월 전부터 치밀하게 이뤄진 사전 준비 과정에 대해 "미스터 와이라는 사람을 유튜브 촬영을 한다고 소개받았다"고 운을 뗐다.

이어 그는 "오렌지 주스나 베이비 오일 같은 액체를 바르고 사람 얼굴을 만지는 방식의 몰래카메라 촬영을 했다"고 설명했다. 김정남을 암살하기 전에 7~8차례에 예행 연습을 진행했다는게
흐엉 씨의 주장이다.

흐엉 씨는 유튜브에 소개할 '깜짝 카메라'로 알고 암살을 실행했다고 밝혔다. 그는 암살 당일을 회상하며 "그 날도 다른 촬영일처럼 재밌는 동영상을 촬영한다고 갔다. 나하고 다른 여성 배우가 뒤에서 남성 배우를 놀라게 하면 된다고 했다"고 밝혔다.

예행 연습과 달리 암살 당일에는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국제공항에서 맹독성 신경작용제를 손에 묻히고 김정남의 얼굴을 만졌다. 이에 김정남은 현장에서 즉사했다.

이후 흐엉 씨는 살해 혐의로 구속됐으며 징역 3년 4개월을 선고받았다. 그러나 모범수로 감형받아 2019년 5월 석방됐다.

흐엉 씨는 해당 사건이 발생하기 전에 배우를 꿈꾸다 불미스러운 일에 휘말려다면서 "진심으로 사과드리고 싶다"고 밝혔다.

한편, 흐엉 씨에게 VX(화학무기인 신경작용제)를 주고 김정남의 얼굴에 바르도록 지시한 것으로 알려진 리재남, 리지현, 홍송학, 오종길 등 북한인 용의자 4명은 범행 직후 출국해 북한으로 도주했다.

북한은 이번 사건과 관련해 김정남이 아닌 '김철'이란 이름의 자국민이 단순 심장마비로 사망했고, 리재남 등 4명은 그가 숨진 시점에 우연히 같은 공항에 있었을 뿐이란 입장을 보여왔다.

김정호 한경닷컴 객원기자 newsinf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