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 안팎에서 인플레이션 경고음이 울리고 있다. 주식 부동산에 이어 원자재 농산물까지 들썩이며 오름세 범위와 강도가 커지는 분위기다. 통계청에 따르면 4월 소비자물가는 2.3%(전년 동월 대비) 올라 3년8개월 만에 가장 큰 상승률을 기록했다. 계란 파 등 농축수산물과 석유류 등 가계에 영향이 큰 품목들이 많이 올라, 지표물가보다 체감물가 오름세가 훨씬 강하다.
1년 전만 해도 코로나 여파로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1.0%에 그쳤고, 5월은 마이너스였다. 이에 따른 기저효과도 있지만, 시중에 풀린 유동성을 감안할 때 물가가 더 가파르게 뛸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들이 나온다. 경기회복이 본격화하기도 전에 물가만 급등할 경우 서민 생활은 한층 팍팍해질 수밖에 없다.
최근 인플레이션 우려는 한국만의 처지는 아니다. 미국은 3월 소비자물가가 전년 동월 대비 2.6% 올랐다. 통상 2% 선이 인플레 판단 기준이다. 제롬 파월 미 중앙은행(Fed) 의장은 “물가상승이 일시적이며, 테이퍼링(통화긴축)은 시기상조”라고 했다.
하지만 빠른 백신 접종과 대규모 부양책 덕에 “올해 미국 경제성장률이 7%에 달할 것”(존 윌리엄스 뉴욕연방은행 총재)이란 전망까지 나와 시장의 우려는 더 커졌다. 월가 이코노미스트들은 Fed가 오는 8월 잭슨홀 미팅에서 조기 테이퍼링 신호를 줄 가능성이 큰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워런 버핏 벅셔해서웨이 회장도 “경제 회복이 본격화하면서 상당한 수준의 인플레이션을 목격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인플레는 전방위로 국민의 삶에 영향을 미친다. 명목소득이 늘더라도 실질소득이 줄어 생활수준이 악화된다. 인플레가 ‘빈자(貧者)의 세금’으로 불리는 이유다. 더구나 물가 상승은 금리인상과 이자비용 증가로 이어진다. 코로나 사태 이후 ‘영끌, 빚투’가 크게 늘고 가계부채가 1000조원에 육박하는 상황에서 치명적일 수 있다. 무엇보다 미국이 인플레 우려로 유동성을 줄일 기미만 보여도 증시 등 자산시장이 직격탄을 맞게 된다.
그런데도 정부는 “하반기 물가가 안정될 것”이라고 자신한다. 하지만 사람들의 기대심리가 바뀌면 인플레는 통제하기 어렵다. 내년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정부·여당은 돈을 더 풀고 싶은 유혹을 느낄 것이다. 지금 같은 ‘퍼붓기와 퍼주기’ 일변도로는 미국이 금리 인상에 나설 때 치명적인 파장을 피하기 어렵다. 모든 경제주체들이 긴장하고 경계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