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상 인터뷰] 안젤리나 졸리 "다음엔 韓영화 찍고 싶어…마동석과 친구 됐죠"

입력 2021-05-04 17:21
수정 2021-05-05 02:25


“영화 ‘내가 죽기를 바라는 자들’은 저에게 치유할 힘을 줬어요. 누구나 무너져 있고 힘든 시기를 겪는데, 영화를 촬영할 때 제가 유독 강하지 못했어요. 이 영화를 통해 내적인 강인함을 찾고 다시 나아갈 힘을 얻었습니다.”

미국 할리우드 스타 앤젤리나 졸리는 4일 서울 CGV용산아이파크몰에서 열린 화상 간담회에서 이같이 말했다. 졸리는 5일 세계 최초로 국내에서 개봉하는 영화 ‘내가 죽기를 바라는 자들’에서 소방대원 한나 역을 맡았다. 졸리는 코로나19 확산으로 내한하진 못했지만 한국 언론을 대상으로 화상 간담회를 열고 영화에 대해 상세히 설명했다.

미국에선 한국보다 한 주 늦게 개봉하는 이 영화의 원작은 스릴러 작가 마이클 코리타의 동명 소설이다. ‘시카리오’ ‘로스트 인 더스트’ ‘윈드 리버’ 등을 연출한 테일러 셰리던 감독이 연출과 각본을 맡았다.

졸리가 연기한 한나는 영화에서 화재 진압 실패의 트라우마를 겪는다. 그러다 거대 범죄의 증거를 가진 소년 코너(핀 리틀)를 만나 서로 도우며 의지하게 된다. 이들은 두 명의 킬러에게 쫓기게 되는데, 살해 위협과 큰 산불 속에서도 필사적으로 살아남으려 애쓴다. 졸리는 코너를 보호하는 역할을 자처한 한나 캐릭터에 많은 감정 이입을 했다고 밝혔다.

“저의 인생을 돌이켜보면 아이들을 키우고 사랑하면서 성장해 왔어요. 한나 캐릭터도 코너라는 아이를 만나 그의 생존을 돕게 되면서 스스로를 구원한다는 점이 매력적으로 느껴졌습니다.”

영화에서 거대하고 빠르게 확산되는 산불은 갈등을 일으키고 해소시키는 촉매제가 된다. 이 작품은 컴퓨터그래픽(CG)으로 산불을 표현하지 않고, 실제 숲을 사막에 조성하고 불을 내서 구현했다. 졸리는 “많은 영화에서 CG가 활용되고 좋은 효과를 주기도 하지만 실제 불을 보고 스턴트를 하면서 더욱 진정성 있는 연기를 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 영화가 스릴러 장르에 해당하는 만큼 다양한 액션도 볼거리다. “몸을 많이 쓰는 동시에 감정 연기도 해야 했어요. 수중 연기도 어려웠는데, 물속에서 숨을 참는 것 자체가 쉽지 않았죠. 하지만 이 모든 연기와 촬영이 재밌었습니다.”

한국에 대한 특별한 애정도 드러냈다. 졸리는 2018년 영화 ‘솔트’로 내한했고, 그의 아들 매덕스는 이듬해 연세대에 입학했다. 졸리는 “한국에 있는 것이 좋고, 앞으로도 한국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내길 바란다”며 “팬데믹(전염병 대유행)에도 매덕스는 계속 한국어 공부를 하고 있고 나에게 알려주기도 한다”고 전했다.

졸리는 ‘노매드랜드’로 아카데미 작품상을 받은 클로이 자오 감독의 신작 ‘이터널스’에서 배우 마동석과 함께 출연하기도 했다. 그는 “마동석은 저에게 있어 굉장히 좋은 동료이자 친구가 됐다”며 “그 영화도 조만간 즐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앞으로 한국 영화에 참여하고 싶다는 의사도 밝혔다. “제가 한국 영화에 등장하거나 한국 영화 연출에 참여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한국 영화계와 함께하고 싶습니다.”

김희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