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 사망 대학생 父 "친구, 통화 숨기고 아들 가출한 듯 얘기"

입력 2021-05-04 09:43
수정 2021-05-04 11:43


"4시 반에는 운동화 신고 들어갔는데 5시 반 다시 나올 땐 슬리퍼 신고 나왔더라고요."

한강공원에서 실종된 뒤 숨진 채 발견된 대학생 손 모(22) 씨의 사망 원인을 놓고 아버지가 친구의 행적에 의문을 제기했다.

특히 아들과 만날 당시 신었던 신발을 보여주길 요청하자 즉시 "버렸다"는 답이 온 것과 관련해 "그렇게 더럽진 않았을 텐데"라고 의구심을 표했다.

장례식장에서 인터뷰한 뉴스1TV 영상에 따르면 손 씨 아버지는 친구 A 씨와 부모를 만난 자리에서 "2시까지는 같이 있었으니 관계없고 4시 반에 나왔으니까 두시간 반 동안 뭐 했는지 궁금하다"고 물었다. 그는 "A는 어느 순간 아들이 일어나서 달리다 넘어졌다. 신음을 내며 넘어져서 일으켜 세우느라 힘들었다. 이 과정에서 바지와 신발이 더러워졌다"고 아들 행적을 추적하는데 자신의 옷과 신발이 더러워진 것만 강조했다고 말했다.

이어 "자기 옷이 더러워진걸 강조하는 게 이상했다"며 "4시 반에 손 씨가 없어서 혼자 집에 들어왔다. 찾다가 안 돼서 우리 집에 전화했다고 하는데 한 가지 이상한 건 아들을 찾고 있는데 걔가 자꾸 대화 내용을 돌렸던 점이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걔가 요즘 힘들어했다. 할머니 돌아가시고 친한 친구도 멀어지고 그래서 힘들어한다"면서 "마치 아들이 가출했다는 듯 말했다"고 전했다.



손 씨 아버지는 "그때는 아들을 찾는 게 우선이라 그러려니 했다. 어린놈이 머리를 어떻게 썼는지 모르겠지만 당시엔 그게 안 중요했다"면서 "그런데 경찰이 전화 와서 3시 반에 A 씨가 자기 집에 전화했다고 하더라"라고 말했다.

손 씨 아버지가 정작 2시부터 4시 반 사이 행적을 확인할 때는 하지 않았던 이야기였다.

손 씨 아버지는 "잊어버린 게 아니라 숨긴 거다"라며 "'친구가 안 일어나서 못 가고 있어요'라고 엄마한테 전화했는데 아빠가 받아서 '친구 보내고 들어와라'라고 했다더라"라고 했다.

이어 "지금 와서 생각해보니 그때 우리한테 연락이 와서 우리가 찾았으면 우리 아들 안 죽었다"며 "기회 놓치고 아들은 죽어서 이렇게 부검까지 하게 됐는데 사과도 없고 조문도 하지 않았다. 사람으로서 할 도리가 아니다. 자기들이 뭔가 지킬 게 있다고밖에 생각이 안 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1시 반 편의점 영상을 보면 알겠지만 그때만 해도 별로 안 취해 있다. 그리고 잠들어 3시 반에 깨서 집에 전화했다. 애들이 21살이고 많이 먹어봐야 4만 원인데 술을 먹었다고 얼마나 먹었을 것인가"라며 "자고 일어나면 상태가 좋은 법인데 자기 전화로 3시 반에 전화를 걸고 4시 반에 일어나 우리 아이 핸드폰을 가져갔다고? 실수로 가져갔다는 게 말이 안 된다"고 꼬집었다.



손 씨 아버지는 "A가 옷이 더러웠다니까 우리 아들은 뒹굴었으니 더 더러울 것 아닌가. 바지는 빨았을 것 같고 신발은 있겠지 싶어 보여달라고 했다"며 "한강에 나무 수풀 잔디 바위와 물밖에 없다. 아내가 A 아빠에게 신발 좀 보여달라고 했더니 바로 '버렸다'고 했다"고 말했다.

이어 "아들 신발을 보여달라고 하면 일반적으로 '아내한테 물어보겠다'고 해야 맞지 않나"라며 "바로 버렸다고 하는데 머리에 핑하고 도는 게 '이거 증거인멸이구나' 생각이 들었다. 아빠가 아들 신발 버린 걸 알고 있는 것도 이상하지 않나"라고 의혹을 제기했다.

그러면서 "그 당시에는 화요일에 실패한 최면 수사를 다음날 재시도 해야 해서 따질 수 없었다"며 "경찰청 가서 우리가 이렇게 의심스러운 게 있으니 밝혀질 수 있도록 최면을 걸 수 있느냐 물었더니 경찰은 '그런 건 거짓말탐지기 해야 한다. 최면은 내가 알고 싶어서 하나라도 깨려고 해야 하는데 정황상 숨기려 하는데 최면이 되겠나'라고 하더라"라고 전했다.

손 씨 아버지가 참석하지 않은 두 번째 최면 수사 때 경찰은 아버지에게 전화했다.

"A 씨가 변호사를 대동하고 왔더라고요."

손 씨 아버지는 "내가 불러서 나온 친구가 없어졌으면 찾기 위해 적극적으로 해야 하는데 변호사를 대동하고 왔다는 건 자기를 방어해야 한다는 것이다"라며 "경찰에서 다 알아서 해줄 거고 우리 아들 어쩌다 죽었는지만 알면 원한 풀린다"고 강조했다.

이어 "어제 입관했다. 입관한 이후로 눈물이 안 난다"며 "아이 잃은 아빠는 더는 잃을 게 없다. 그 대가를 반드시 치르게 해주겠다고 아들한테 맹세했다"고 차분하게 말했다.

손 씨 아버지의 말은 냉정해서 더 결연한 의지가 내비쳤다.

"잃을 게 없는 사람과 지키려는 사람은 승부가 안됩니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