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매도 영향 없다더니…"무능한 증권사 연구원들" 개미들 분통 [이슈+]

입력 2021-05-04 08:53
수정 2021-05-04 11:16

공매도가 1년 2개월만에 재개되고 코스피와 코스닥이 모두 하락했다. 시장은 지난주 증권가의 공매도 재개 관련 전망과는 판이하게 달랐다. 지수에 영향이 없을 것이란 전망 '헛발질'로 증권사에 대한 투자자의 신뢰도는 또다시 땅바닥으로 추락했다.

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날 공매도가 1년 2개월 만에 코스피200·코스닥150 주가지수 구성 종목에 한해 재개된 가운데 국내 증시는 바이오 종목을 중심으로 대거 찬바람을 맞았다. 코스닥지수는 바이오 종목이 시가총액 상위권을 휩쓸고 있어 코스피지수보다 타격이 컸다.

전날 코스피지수는 전 거래일 보다 20.66포인트(0.66%) 내린 3127.20에 거래를 마쳤으며, 코스닥지수는 21.64포인트(2.20%) 내린 961.81에 장을 끝냈다. 특히 코스닥시장 시가총액 상위 10개 종목에선 CJ ENM(0.56%)을 제외하고 모두 하락했다. 시가총액 1, 2위인 셀트리온헬스케어와 셀트리온제약은 5.97%, 5.04%씩 주가가 빠졌다.

공매도 재개 직전까지 지수에 영향이 제한적일 것이란 전망을 내놓았던 증권사들은 머쓱해하고 있다. 이들은 과거 두 차례의 공매도 중단 후 재개에서 증시 폭락이 없었다는 배경을 토대로 '일부 종목별 주가 변동은 불가피하지만 전체적인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분석을 내놨던 터였다.

하나금융투자는 코스피지수는 공매도 유무를 떠나서 지수 선물의 매수(롱)와 매도(숏)의 거래가 상시 일어나고 있기 때문에 현물(주식) 공매도가 재개된다고 해도 주식시장의 부담요인으로 보기 어렵다고 분석했다.

삼성증권은 공매도 재개로 발생할 수 있는 시장단위의 충격은 우려할 정도가 아니라고 봤으며, 신한금융투자도 공매도 재개가 주가 하락의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전망했다. 키움증권의 경우 공매도 재개에도 국내 수출 실적 등을 감안할 때 이익 개선 추세가 훼손되지 않았기 때문에 강세장 기조는 유효하다고 봤다.


하지만 전날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을 통틀어 일일 공매도 거래대금은 1조931억원에 달했다. 이 가운데 외국인 거래대금이 9559억원으로 87%를 차지했다. 기관과 개인의 공매도 거래대금은 각각 1191억원, 181억원을 기록했다. 외국인들이 '1조 공매도 폭탄'을 투척하면서 시장은 추락했다.

심지어 하루 공매도 규모만 놓고 보면, 공매도 금지 이전보다 커졌다. 전체 공매도 거래대금은 2019년 일평균 4207억원보다 약 2.6배로(159.8%) 증가했다. 작년 3월 공매도 금지 직전 10거래일 일평균인 8610억원과 비교하면 27.0% 늘어난 수준이다.

이번 공매도 금지는 조치는 국내 증시 역사상 3번째였고, 기간으로는 역대 최장이었다. 증권사들이 과거 사례를 토대로 전망을 내놓은 거 자체가 잘못된 접근법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로 공매도 금지기간 개인 투자자를 중심으로 코스피지수는 사상 첫 3000선을 돌파했으며, 코스닥지수도 약 21년 만에 1000선을 회복하는 등 이전과 다른 여건과 환경이 조성됐기 때문이다.

물론 반론도 있다. 이번 증권가의 공매도 재개 관련 전망은 당장 하루의 지수 변동성이 아닌, 장기적인 관점에서 영향이 제한적일 것이란 분석이란 설명이다. 증권사의 한 애널리스트는 "예상보다 바이오 업종이 크게 흔들렸지만 최소 한달에서 석달을 기준으로 지수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일 것이란 분석"이라며 "지수의 하루 변동성을 가지고 전망한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하지만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이번 사례가 증권사 연구원들의 무능함을 단적으로 보여준 사례라고 지적한다.

정의정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 대표는 "증권사들의 이야기를 믿을 수가 없다. 공매도가 1년 2개월 만에 재개한 가운데 공매도 주체들이 적극적으로 움직일 것으로 보인다"면서 "증권사 전망과 달리 공매도는 지수에 하방압력으로 충격을 주는 등 분명히 영향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류은혁 한경닷컴 기자 ehry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