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경제의 허리인 40대도 코로나19 사태 이후 빚이 더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내 집'이 없고 소득이 낮은 가구일수록 대출이 증가한 경우가 더 많았다. 대출이 늘어난 가구 넷 중 셋은 소득이 줄었거나 생계비가 부족해 어쩔 수 없이 빚을 늘렸다고 답했다.
3일 하나은행 100년 행복연구센터는 이런 내용을 담은 '대한민국 40대가 사는 법-4대 인생과제편'을 발간했다. 이 보고서는 서울과 4대 광역시에 거주하는 40대 소득자 1000명을 대상으로 지난해 11월 온라인 설문조사를 한 내용을 바탕으로 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대출이 있는 40대(659명)의 38%는 코로나 사태 이후 가계대출이 더 늘었다고 답했다. 이전보다 대출이 줄어든 경우는 15%에 그쳤다.
집이 없는 저소득가구일수록 대출 증가가 두드러졌다. 본인이나 배우자 명의의 집이 있는 가구에서는 응답자의 32%가 가계대출이 늘었다고 한 반면, 집이 없는 가구에서는 절반에 이르는 46%가 대출이 더 늘었다고 답했다. 대출이 전보다 줄었다는 비중도 유주택 가구가 16%, 무주택 가구가 13%로 차이가 났다.
월 소득이 하위 40%에 해당하는 저소득(1~4분위) 가구에서도 절반에 가까운 45%가 대출이 늘었다고 했다. 중위(5~8분위)·상위(9~10분위) 소득 가구에서는 각각 38%, 25%만 대출이 늘어난 것과 대조된다.
늘어난 빚의 대부분은 '생계형'이었다. 대출이 증가한 가구의 75%는 코로나 사태 이후 소득이 줄거나 생계비를 충당할 수 없어 빚을 더 냈다고 답했다. 무주택(83%)이거나 소득이 낮을수록(84%) 생계형 대출이 뚜렷했다. 유주택 가구는 생계 목적으로 대출을 늘렸다고 답한 비중이 66%였다.
저금리를 이용한 금융투자나 부동산 매매를 위해 대출을 늘렸다고 한 비중은 각각 10%, 9%로 비교적 낮았다. 저소득 가구는 금융투자 목적으로 대출을 늘린 경우가 5%, 부동산 매매 목적이 4%에 그쳤지만 소득 상위 가구는 이 비중이 각각 9%, 27%로 조사됐다.
빈난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