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끌'로 쏠쏠했었는데…카드사들, DSR 강화에 '화들짝'

입력 2021-05-03 15:45
수정 2021-05-03 15:47


정부가 오는 7월부터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를 단계적으로 강화하겠다고 예고하면서 카드업계의 수익성에 빨간불이 켜졌다. 카드론은 그동안 카드사의 수익성 방어의 일등 공신이었으나 대출 규제가 강화되면 이자수익에 마이너스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어서다.

3일 금융권에 따르면 올해 7월부터 카드사의 비회원 신용대출이, 내년 7월부터는 카드론이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 적용 대상에 포함된다.

금융위는 오는 7월부터 규제지역에서 6억원 초과 주택을 담보로 주택담보대출을 받거나 연 소득과 관계없이 신용대출이 1억원을 넘으면 차주단위의 DSR 40% 규제를 적용하기로 했다. 내년 7월부턴 모든 금융권 대출을 합쳐 2억원을 넘는 대출자에게도 DSR 40% 규제가 적용되고 그로부터 1년 뒤인 2023년 7월부터는 총대출액이 1억원을 넘는 대출자로까지 확대된다.

DSR은 대출 심사 때 개인의 모든 대출에 대해 원리금 상환 부담을 계산하는 지표다. 주담대뿐 아니라 신용대출과 카드론을 포함한 모든 금융권 대출 원리금 부담을 반영한다.

카드사 한 관계자는 "최근 고신용자들이 카드론 시장에 유입되면서 카드론은 카드사의 핵심 사업으로 자리잡았으나 DSR 규제 시행이 본격화되면 카드론 수요가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며 "당장 카드사의 수익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주택담보대출비율(LTV) 규제 강화로 주담대 한도가 크게 줄면서 신용대출을 최대로 받아 집을 사거나 주식 등에 투자하는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은다)'이 성행했었다.

카드론의 경우 은행권 대출과 달리 중도상환수수료나 취급수수료가 없다. 담보대출도 취급하지 않고 신용정보와 카드사용 정보로만 대출 심사를 하기 때문에 접근성이 높은 편이다.

실제로 금융당국이 은행권 가계대출을 조이는 사이 '풍선효과'로 카드론이 지속적으로 늘면서 카드론 대출 잔액은 지난해를 기점으로 급증했다.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실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신용카드 상위 5개사(신한·삼성·KB국민·현대·롯데카드)의 지난해 카드론 대출잔액은 26조3670억원으로 전년 대비 9.58% 증가했다. 2016년 말 19조6570억원이었던 카드론 잔액은 최근 5년 사이 34% 늘었다.

일각에서는 DSR 규제를 피해 대부업체나 사금융권 등으로 유입되는 악순환이 나올 가능성에 우려를 표현하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카드론을 사용하는 금융소비자 대부분은 빚으로 빚을 돌려막는 다중채무자이거나 시중은행 대출을 이용할 수 없는 경우가 많다"며 "DSR 기준을 높이면 유동성의 한계에 부딪힌 차주는 결국 대부업체 등으로 밀려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차은지 한경닷컴 기자 chachac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