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도 개인투자자 주식 매수 '올인'…'주식 버블' 경고도

입력 2021-05-03 16:03
수정 2021-05-03 16:27

한국의 동학개미운동처럼 미국에서도 개인 투자자들이 주식 투자에 자산을 '올인'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미국 경제가 골디락스(경기 과열 없는 장기성장)에 들어섰다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지만 소비 규모가 크지 않은 고소득·고령층에 자산이 쏠려 한계가 크다는 평가다.

2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지난달 26일 기준 미국 가계의 금융자산 중 주식이 차지하는 비중은 41%에 이른다. 1952년 조사를 시작한 이래 가장 높은 수치다.

2009년 3월말 18%로 뚝 떨어졌던 미국 가계의 주식 자산 비중은 지난해 말 38%까지 오른 뒤 상승세를 유지했다. 앞서 가장 높았던 때는 닷컴 버블 바람을 타고 주식 투자가 급격히 늘었던 2000년 3월 말(38%)이다.

경기 부양으로 가계 지출이 늘고 기업 실적이 개선되면서 주가가 오르고 있다. 미국 국채 금리가 1.6%에 머무는 등 채권 수익률이 낮은 것도 개인이 주식에 자산을 집중한 이유다.

개인 투자자들은 주가가 떨어질 때에도 추가 매수에 나서 주가를 부양했다. 하락장에서 주식을 매도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수익을 내는 데 도움되지 않는다는 것을 학습했기 때문이라고 WSJ는 분석했다. 헤지펀드 등은 최근 주식시장에서 매도세로 돌아섰지만 개인들은 9주 연속 순매수했다.

반다 리서치에 따르면 개인 투자자들은 S&P500이 상승할 때보다 1% 하락할 때 주식을 더 많이 매입하려 했다. 대출 받아 투자하는 '빚투'도 급증했다. 미 금융산업규제국(FINRA)에 따르면 지난달 신용증거금은 8230억 달러로 역대 최대다. 지난해 3월 4790억달러에서 두배 가까이 늘었다.

개인투자자들이 주식은 물론 암호화폐 등 다양한 상품에 묻지마 투자를 하면서 거품론도 고개를 들고 있다. 니콜라스 파니지르조 JP모간 애널리스트는 "개인 투자자들이 갑자기 빠져나오기 시작하면 위험한 상황이 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코로나19로 인한 세계 저축액은 5조4000억달러로, 국내총생산(GDP)의 6%가 넘는다. 움츠렀던 개인들이 보복소비에 나서면 기업들의 장기 실적 개선에 도움될 것이라는 평가가 많지만 소비 여력이 생각보다 크지 않다는 분석도 나왔다.

미국 중앙은행(Fed) 조사 결과 코로나19로 증가한 2조 달러 예금 중 3분의 2 이상이 소득 상위 20%에 집중됐다. 70세 이상 고령층의 저축은 6640억 달러 증가했지만 40세 미만 성인은 2450억 달러 증가하는 데 그쳤다.

고령층 부자들의 저축액이 가장 많이 늘었다는 의미다. 플로린 빌비에 로잔대 경제학과 교수는 "많은 사람이 레스토랑에서 식사하고 멋진 휴가를 보내겠지만 얼마나 많이 늘어날지는 한계가 있다"고 했다.

이지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