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3일 개정 도로교통법 시행으로 '제도권' 내로 본격 들어오는 공유킥보드가 '지정주차' 논란을 빚고 있다.
길거리에 널브러진 공유킥보드가 보행자 불편과 안전문제를 야기한다는 지적에 별도 주차공간이 필요하단 여론이 확산하면서다. 이용자들은 생각이 다르다. 주차공간을 지정할 경우 킥보드를 굳이 사용할 이유가 없다는 목소리까지 나온다. 최종 목적지까지 단거리를 이동할 때 주로 사용하는 '라스트마일 모빌리티'인 킥보드의 특성상 반납을 제약하면 타격이 크다는 얘기다. 킥보드 업체들 자체 주차구역 확보 움직임4일 모빌리티 업계에 따르면 최근 일부 공유킥보드 업체들은 불법 주정차 문제 해결 움직임이 보인다. 서울, 파주 등 일부 지방자체단체가 킥보드 강제 견인·범칙금 부과 등 규제에 나섰기 때문이다. 킥보드 업체와 손잡고 전용 거치대를 설치하는 식으로 대응하는 지자체도 있다.
국내 업체 중 가장 먼저 전용 주차구역을 도입한 곳은 킥고잉이다. 킥고잉은 2019년 킥보드 전용 거치대 '킥스팟'을 도입했다. 주로 대형마트, 편의점 등 제휴를 맺은 매장 앞에 거치대를 설치했다. 지난해는 다이소와도 거점을 넓히면서 올해 거치대를 누적 400여곳으로 늘렸다.
씽씽과 지쿠터, 빔 모빌리티도 잇따라 자체 주차존(zone)을 만들어 불량 주차 문제 개선에 나섰다. 씽씽은 지난해 말부터 '씽씽 스테이션'으로 불리는 주차 시스템을 신설했다. 애플리케이션(앱) 내 지도를 통해 권장 주차구역에 이용자들이 킥보드를 주차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씽씽 스테이션은 대부분 지하철역 주변에 위치했다. 공공장소나 킥보드 이용 금지 구역, 통행 방해 구역은 제외했다는 설명이다. 씽씽 스테이션 중에는 자체 거치대를 설치해 놓은 곳들도 있다. 지쿠터와 외국계 업체 빔도 씽씽과 같은 방식으로 문제에 대처하고 있다. 이들 업체는 지자체와의 업무협약(MOU)을 통해 전용 거치대 보급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정 주차공간 필요" vs "킥보드 이용 의미 없어져"국내의 경우 공유킥보드가 친환경 이동수단으로 각광받는 유럽과 달리 자전거·킥보드 전용도로 등 인프라가 확충되지 않은 데다 인도가 좁아 주차난이 한층 심각하게 다가온다. 보행자들을 비롯한 국민 여론도 도로 위에 치이는 공유킥보드에 대해 부정적인 편이다.
업계는 국내 실정에 따라 주차공간을 따로 둘 필요가 있다는 쪽으로 의견이 기운다. 씽씽, 킥고잉, 빔 모빌리티 등 업체들이 자체 주차공간을 확보하고 나선 이유다. 반면 지정 주차에 회의적인 입장도 있다. 최종 목적지까지 단거리를 이동할 때 주로 사용되는 '라스트마일 모빌리티'인 킥보드의 속성상 반납이 자유롭지 못할 경우 이용자 불편이 커질 수밖에 없어서다.
공유킥보드 애용자인 직장인 권모씨(27)는 정기권까지 끊어 이용할 정도다. 퇴근길 지하철역에서 내린 후 마을버스로 갈아타는 번거로움을 피하려 킥보드를 이용하기 시작했다는 권씨는 "지정 주차공간 도입 취지는 이해한다"면서도 "막상 주차를 하러 가야 한다고 생각하면 킥보드를 굳이 이용할 의미가 있나 싶다"고 말했다.
또 다른 킥보드 이용객인 직장인 고모씨(27)도 "주차공간 지정은 킥보드를 안 타는 사람들 입장만을 고려한 게 아니냐"며 "아무데나 세워둘 수 있어 공유킥보드가 편한 건데 정해진 주차공간까지 가야 한다면 이용하기 쉽지 않을 것 같다"고 털어놨다.
실제로 일부 업체들은 이를 우려해 별도 주차공간을 마련하고 않기도 한다. 주로 외국계 업체들이 그렇다. 라임 모빌리티가 대표적이다. 라임은 앱 상에서 '주차 금지구역'을 설정해둔 것 외에는 별도의 지정 주차시스템을 운영하지 않는다.
라임 관계자는 "주차구역을 별도 설정하면 반납과 대여가 한정적이다. 그렇다 보니 글로벌 차원에서 라임은 킥보드 활성화를 위해 도크리스(Dockless·프리플로팅과 비슷한 개념) 방식을 고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공유킥보드가 무질서하게 방치되는 문제에는 효과적으로 대처하고 있다는 설명이 뒤따랐다. 이 관계자는 "통행 방해 지역, 주차 금지 구역 등에 주차하지 못하도록 지속적으로 안내 중이다. 단순 안내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점을 감안해 전담 인력을 투입, 킥보드를 수거하는 작업도 별도로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신현아 한경닷컴 기자 sha011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