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면식도 없는 연인에게 시비를 걸고 흉기를 휘둘러서 그 중 남성을 살해한 한 혐의를 받는 50대 남성이 중형을 선고받았다.
1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1부(주심 이흥구 대법관)는 지난달 15일 진행된 배모(55)씨의 살인 및 특수상해 등 혐의 상고심에서 1심의 징역 20년 선고를 유지한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배 씨는 지난해 1월 26일 서울 용산구 효창동에 있는 자신의 집 앞을 지나가는 피해자들을 보고 일부러 피해자 남성 B 씨의 어깨를 두 차례 밀치는 등 시비를 걸었다.
자신을 막아서는 등 몸싸움을 벌인 A 씨 등 커플이 돌아갔다. 앙심을 품은 배 씨는 집으로 돌아가 부엌에서 흉기를 집어든 뒤 이들이 걸어간 방향으로 쫓아가 A씨와 다시 몸싸움을 벌였다. 이 과정에서 A 씨를 흉기로 한 차례 찔렀다.
A 씨가 쓰러지면서 그의 여자친구 B 씨가 자신을 막아섰다. 이에 배 씨는 B 씨의 얼굴을 주먹으로 여섯 차례 때렸다. 신고를 받은 경찰이 현장에서 배 씨를 긴급 체포했다.
경찰 등 조사 결과 배 씨는 현 정권의 정책에 화가 난다는 이유로 피해자들에게 시비를 걸었다고 밝혔다. 폭행과 공무집행방해 등을 일삼은 전과 22범인 것으로 파악됐다.
재판 과정에서 배 씨는 정신적 장애로 고통을 받아왔다며 정신감정을 요청하는 등 심신미약을 주장했다. 그러나 1심은 재판은 배 씨에게 징역 20년을 선고했다.
1심은 "배씨는 현 정권의 정책에 대해 화가 난다는 이유로 일면식 없던 피해자들에게 시비를 걸었다"며 "별다른 이유가 없는 무작위 살인으로 그 이유를 불문하고 절대 용인할 수 없는 중대 범죄"라고 지적했다.
배씨와 검찰 측의 항소로 진행된 2심에서 재판부는 양 측의 항소를 모두 기각하고 1심 판결을 유지했다.
대법원 재판부도 "이 사건 각 범행의 동기·수단과 결과 등 여러가지 사정들을 살펴보면 배 씨에 대한 징역 20년을 유지한 원심 판단이 심히 부당하다고 할 수 없다"며 배 씨의 상고를 기각했다.
김정호 한경닷컴 객원기자 newsinf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