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현 원내대표(사진)를 비롯한 국민의힘 원내 지도부가 ‘강경 대여투쟁에 나서느냐, 협상·정책에 집중할 것이냐’의 기로에 서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 원내대표는 강경 투쟁을 지양하겠다는 견해를 내비치고 있다. 하지만 “강하게 싸워야 한다”는 당내 목소리가 작지 않은 데다 더불어민주당도 내부적으로 ‘강성 친문(친문재인)’ 목소리가 커지면서 ‘강대강’ 국면으로 흐를 가능성도 적지 않다.
김 원내대표는 2일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출입기자단 간담회에서 정부의 백신 정책에 대해 “국정조사를 해야 할 사안”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잘못된 백신 정책으로) 국민 생명의 문제가 경각에 달려 있다”며 “경제에 엄청난 파급력을 미쳤고, 일상생활마저 위협당했다”고 말했다. 상임위원장 자리 문제와 관련해서는 “법제사법위원장 자리를 받는 건 당연하다”며 “국회 본래 모습으로의 회복이라는 측면에서 봐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김 원내대표는 문재인 대통령의 오찬 제의는 거절했다고 밝혔다. 그는 “여러 문제에서 어느 정도 의견 접근이 가능한지 사전에 조율하지 않고 무작정 식사만 하자고 해서 될 일이 아니다”고 말했다. 김 원내대표는 신임 원내수석부대표로는 추경호 의원을 내정했다.
문제는 요구를 관철시킬 대여 투쟁의 방향이다. 김 원내대표는 강경 투쟁보다 “여당에 지더라도 국민의 지지를 얻는 게 더 큰 목표”라는 입장이지만 원내 환경은 당내 강경 투쟁 요구의 목소리를 점점 키우고 있다. 먼저 국민의힘 지도부로 ‘영남권 투톱’이 자리잡을 가능성이다. 김 원내대표가 당선되면서 영남권 당대표 후보 견제론이 강해졌다는 해석도 있지만, 대구에 지역구를 둔 주호영 전 원내대표는 여전히 유력 주자로 손꼽힌다. 영남 당대표까지 들어선다면 보수 색채를 띤 영남권 지지자들의 민심이 상대적으로 더 크게 반영될 수 있다.
강경 친문으로 분류되는 윤호중 민주당 원내대표가 ‘카운터 파트너’인 것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 여당의 ‘국회 일방 독주’ 성향이 강해진다면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강하게 맞서야 한다”는 요구가 커질 수밖에 없다.
‘김종인 체제’에서는 수면 아래 있던 강경 투쟁 요구가 이번 원내대표 경선을 통해 표출됐다는 분석도 있다. 경선에서 “협치·양보, 이런 단어는 여당의 용어”라며 “이런 시기에는 싸움 제일 잘하는 사람, 전투력 강한 사람이 필요하다”고 강조한 김태흠 의원이 이변을 일으키며 2위를 차지한 것을 두고 나온 해석이다. 중도 공략과 협상을 강조하는 의원들과 강경 투쟁을 원하는 의원들이 노선 갈등을 빚을 여지가 있다는 의미다.
정치권은 김 원내대표의 첫 시험대가 될 법사위원장 등 상임위원장 자리 협상을 주목하고 있다. 민주당은 “협상의 대상조차 아니며 여당이 당연히 자리를 이어받아야 한다”는 뜻을 고수하고 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성공적으로 대여 투쟁을 하면서 당내 계파 갈등이 불거지지 않도록 하는 게 원내지도부의 가장 중요한 과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성상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