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장한 체구에 ‘강골 검사’ 이미지가 강한 윤석열 전 검찰총장에 대해 일반인들은 위압감을 느낄 때가 많다. 윤 전 총장 지인들의 평가는 사뭇 다르다. 유머 감각과 친화력을 ‘타고났다’는 얘기가 나온다.
윤 전 총장은 9수 끝에 사법시험에 합격했다. 하지만 청년 시절은 ‘비운의 고시 낭인’과 거리가 있다. 윤 전 총장의 한 후배 검사는 “워낙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을 좋아해 ‘윤석열은 1년에 사시 공부를 10일만 했다’는 우스갯소리도 있었다”고 말했다.
관심사도 다양하다. 법조 지식뿐 아니라 역사, 미술, 음식 등 다방면에 호기심이 많다. 그의 한 사법연수원 동기는 “주당인 윤 전 총장은 술자리에서 다양한 주제를 갖고 두세 시간씩 혼자 이야기를 풀어가는 것이 예사였다”고 말했다. 법대 1학년 시절 경제학 개론 수업에서 ‘A+’를 받은 것을 두고 동기들은 “과시하는 성격이 아닌데도 술만 마시면 그 자랑을 했다”고 기억했다.
노래 실력도 수준급이다. 윤 전 총장의 서울대 법대 79학번 동기들의 얘기를 담은 《구수한 윤석열》엔 윤 전 총장의 대학 시절 별명이 ‘윤라시도 석밍열’이었다는 대목이 나온다. 유명 성악가 ‘플라시도 도밍고’에 비할 정도로 노래를 잘한다는 의미다.
대학 시절부터 어울리기를 좋아하고 의리가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 법대 동기로 현재 민간기업에 재직 중인 한 인사는 “법대 동기는 160명이지만 10명 이내로 끼리끼리 어울릴 때가 많았다”며 “석열이는 유독 두루두루 친했다”고 전했다. 아홉 번째 사법시험을 볼 때 일화는 특히 유명하다. 지방 출신인 법대 동기가 윤 전 총장에게 함진아비를 부탁했다. 윤 전 총장은 그 자리에선 사양했지만, 정작 함이 들어가는 당일 대구행 고속버스에 몸을 실었다. 2차 시험 며칠 전 일이다.
검찰 조직에서도 그의 ‘따거(큰 형님) 리더십’은 유명하다. 윤 전 총장의 부인 김건희 씨는 “(2012년) 결혼할 때 남편은 통장에 2000만원밖에 없었다”며 “자기가 먼저 술값, 밥값을 내는 사람이라 월급이 남아나질 않는다”고 말했다.
‘걸레스님’으로 알려진 고(故) 중광 스님과의 인연도 잘 알려져 있다. 대학 시절 낙산사에서 우연히 만나 함께 술을 마시며 인연을 맺고 검사가 된 이후에도 교류가 이어졌다고 한다.
이인혁/안효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