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상운임 한달 새 20%이상 급등…미주·유럽 항로 '역대 최고' 찍었다

입력 2021-05-02 18:15
수정 2021-05-03 01:00
코로나19 여파에 따른 ‘제2 화물대란’이 본격화하면서 해상운임이 연일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화물대란에 따른 고(高)운임 현상이 최소한 내년 말까지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온다.

2일 해운업계에 따르면 대표적 글로벌 컨테이너선 운임지수인 상하이컨테이너선운임지수(SCFI)는 지난달 30일 3100.74로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2009년 10월 집계를 시작한 이래 3000선을 돌파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SCFI는 산출 시작일(2009년 10월 16일)을 1000으로 보고 운임지수를 산출한다. 해상운임은 올 1월 최고치를 기록한 뒤 하락세를 보이다가 4월 한 달 새 20.6% 오르면서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국내 수출기업이 주로 이용하는 미주와 유럽 항로 운임도 최고치를 찍었다. 미주 동부해안 항로 운임은 1FEU(40피트 컨테이너 1개)에 6419달러, 서부해안 운임은 5023달러를 기록했다. 두 노선 모두 역대 최고치다. 상승세도 가파르다. 미주 동부해안 운임은 불과 1주일 새 12.9% 올랐다. 유럽 운임은 1TEU(20피트 컨테이너 1개)에 4630달러로 전년 동기(753달러) 대비 여섯 배 급등했다. 해운업계는 물동량 증가 및 이에 따른 주요 항만 정체, 내륙운송 지연, 컨테이너 부족이 맞물려 해상운임이 급등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는 수출기업의 애로를 해결하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HMM도 이날 미주 항로에 21번째 임시선박을 투입한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화물대란을 해결하기는커녕 ‘언 발에 오줌 누기’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정부도 시장에서 결정되는 운임에 개입할 수 없는 상황에서 선복량을 획기적으로 늘릴 방법이 마땅치 않아 곤혹스러운 입장이다.

정부와 HMM은 추가 발주와 용선을 통해 이르면 내년까지 선복량을 100만TEU로 확대하겠다는 계획이다. 최소한 내년까지는 화물대란이 불가피하다는 뜻이다. 2016년 당시 국내 1, 2위 선사였던 한진해운과 현대상선(현 HMM)의 선복량은 각각 61만7000TEU와 43만7000TEU였다. 세계 선사 중 한진해운이 7위, 현대상선이 14위였다.

하지만 2017년 한진해운 파산 이후 국내 선복량은 75만TEU로 축소됐다. 이마저도 해운재건 5개년 계획에 따라 지난해 세계 최대 규모인 2만4000TEU급 12척이 HMM에 긴급 투입된 데 따른 것이다. HMM의 선복량은 이달 기준 세계 8위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한진해운 파산으로 국내 선복량이 급감한 영향도 있지만 화물대란이 일찌감치 예고된 상황에서 정부가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지 못한 측면이 더 크다”고 지적했다.

강경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