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렸을 적 학교 운동장은 다양한 놀이를 즐기는 아이들로 가득했다. 축구 골대 앞에는 사내 녀석들이 바람 빠진 공을 쫓아다니고, 여자아이들은 삼삼오오 모여 고무줄이나 공기놀이로 시간 가는 줄 몰랐다. 가끔은 말싸움이 일거나 다치는 경우가 발생했어도 그 시절 운동장은 아이들을 성장시키는 밑거름이 됐다. 요즘 그런 모습을 찾아보기란 무척 어렵다. 아이들이 노는 운동장은 온라인으로 바뀌었고, 그곳에 만들어진 가상의 세계에서 친구들과 함께한다.
가상으로 만들어진 세계를 가리키는 메타버스(Metaverse)라는 용어가 등장, 기존의 가상현실(VR), 증강현실(AR)을 대체하고 있다. 메타버스는 올해 가장 관심 있는 키워드 중 하나가 됐다. 여기에 더해 ‘메타버노믹스’라는 신조어까지 생겨났다. 이는 메타버스에서 가상화폐를 이용해 가상아이템을 거래하고 방탄소년단(BTS)의 쇼케이스가 열리기도 하는 등 현실 세계와 같은 경제활동이 일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심지어 유명 힙합 가수의 콘서트에는 유료로 1000만 명이 넘는 사람이 접속해 즐기는 등 엔터테인먼트와 상거래가 융합된 새로운 비즈니스가 창출되기도 한다.
메타버노믹스를 구현하는 대표기업으로 미국 온라인 게임플랫폼을 운영하는 로블록스가 있다. 지난 3월 나스닥에 상장된 이 기업의 가치는 395억달러에 달한다. 네이버의 시가총액이 63조원 정도인 점을 비교해 보면 앞으로 메타버노믹스가 우리에게 미치는 영향이 훨씬 커질 거라는 생각이 든다.
지난 몇 년간 금융권의 화두는 단연 디지털 전환이다. 이 화두는 여전히 유효하다. 금융회사들은 빅데이터, 인공지능 등을 활용해 금융 플랫폼에 새로운 서비스를 보태려 하고, 빅테크 기업들은 그들의 플랫폼에 금융서비스를 제공한다. 소비자의 선호가 변화하고 금융업의 경계가 희미해지면서 그들 사이의 협업과 경쟁이 격화되고 있다.
소비자는 금융서비스를 이용하는 곳은 반드시 금융회사일 필요는 없다고 여긴다. 거래하는 데 편리하고 다양한 서비스를 받을 수 있으면 되고 즐거움까지 느끼면 금상첨화일 것이다. 공급자 위주의 디지털 전환은 이 같은 소비자 요구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다. 소비자의 관점에서 금융을 봐야 하고 속도감 있는 디지털 전환이 필요한 때이기도 하다.
그래서 메타버노믹스는 소비자가 필요로 하는 금융 플랫폼을 만들기 위해 고민하는 필자에게 신선한 자극이 되고 있다. 빅데이터, 마이데이터, 블록체인에 이어 NFT(대체 불가능한 토큰), 메타버스까지 금융기관이 디지털 전환에 고려할 사안은 한둘이 아니다. 앞으로 블록체인-NFT-메타버스 기반에 디지털 화폐를 잘 활용하면 소비자와 금융회사가 더 가까워지는 새로운 모습을 볼 수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