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론 머스크가 이끄는 미국 우주탐사업체 스페이스X 등이 빠르게 성장하면서 우주개발 벤처기업에 투자가 몰리고 있다. 지난 1년간 우주 벤처기업들이 조달한 자금은 87억달러(약 9조700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최근 우주기술 관련 펀드사인 세라핌캐피털을 인용해 작년 4월부터 올해 3월까지 12개월간 우주 벤처기업에 대한 자본 투자가 1년 전에 비해 95% 증가한 87억달러를 기록했다고 보도했다.
스페이스X와 영국 위성인터넷 회사 원웹 두 곳이 42억달러의 자금을 유치해 전체 투자의 절반 가까이를 차지했다. 스페이스X는 최근 미국 항공우주국(NASA) 달 착륙선 사업자로 선정되기도 했다. 지난해 5월에는 민간 기업으로는 최초로 유인 우주선을 쏘아올리는 등 우주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원웹은 저궤도 위성을 쏘아올려 우주를 통해 고속인터넷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글로벌 인공위성 운영업체 유텔샛 등이 투자하면서 관련 사업이 탄력받을 전망이다. 제임스 브루거 세라핌캐피털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코로나19 사태에도 우주에 대한 민간 투자가 두 배로 증가했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라며 “우주개발에 대한 관심과 이해가 커지고 있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최근에는 스팩(SPAC·기업인수목적회사)을 통해 자금을 유치하는 우주 벤처회사도 늘고 있다. FT에 따르면 지난 1년간 우주개발에 투자하기 위해 설립된 스팩은 11개에 이른다. 스팩 투자를 받은 뉴질랜드 로켓 개발기업 로켓랩, 미국 우주데이터 업체 스파이어글로벌 등은 가치가 수십억달러 수준으로 높아졌다.
하지만 많은 우주 스타트업이 아직 수익성을 증명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20여 년 전 위성전화 사업을 추진했다가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한 이리듐, 글로벌스타 등과 같은 회사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그럼에도 민간기업들의 우주개발 참여는 효율성을 높이는 데 큰 도움이 되고 있다. NASA에 따르면 1970년부터 2000년까지 30년간 로켓 발사 비용은 거의 줄어들지 않았다. 하지만 재활용이 가능한 스페이스X의 팰컨9 로켓 개발 등으로 지금은 비용이 7분의 1 수준으로 감소했다.
안정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