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vg version="1.1" xmlns="http://www.w3.org/2000/svg" xmlns:xlink="http://www.w3.org/1999/xlink" x="0" y="0" viewBox="0 0 27.4 20" class="svg-quote" xml:space="preserve" style="fill:#666; display:block; width:28px; height:20px; margin-bottom:10px"><path class="st0" d="M0,12.9C0,0.2,12.4,0,12.4,0C6.7,3.2,7.8,6.2,7.5,8.5c2.8,0.4,5,2.9,5,5.9c0,3.6-2.9,5.7-5.9,5.7 C3.2,20,0,17.4,0,12.9z M14.8,12.9C14.8,0.2,27.2,0,27.2,0c-5.7,3.2-4.6,6.2-4.8,8.5c2.8,0.4,5,2.9,5,5.9c0,3.6-2.9,5.7-5.9,5.7 C18,20,14.8,17.4,14.8,12.9z"></path></svg># 웹툰을 즐겨 보는 직장인 최은희(36) 씨는 지난해 편의점에서 ‘유미의 위트에일’을 발견하고 곧바로 구입했다. 네이버웹툰 '유미의 세포들'의 팬인 김 씨는 '굿즈(기념품·goods)'를 사는 기분이었다고 전했다. 그는 "캔맥주 패키지에 웹툰 주인공 유미와 함께 떡볶이 등 유미가 좋아하는 먹거리가 그려져 있어 재미있었다. 귀갓길 떡볶이를 사 맥주와 함께 먹었다"며 웃음지었다.
김 씨가 마신 제품은 지난해 한국 수제맥주 브랜드 핸드앤몰트가 네이버웹툰 '유미의 세포들'과 협업한 맥주다. 집에서 술을 즐기는 홈술족 증가 속 이같이 재미를 중시하는 ‘MZ세대(밀레니얼+Z세대)’ 소비자를 잡으려는 다양한 이색상품이 출시되며 수제맥주 시장이 지난해 급성장했다. 그 결과, 국내 수제맥주 시장은 처음으로 1000억원을 넘어섰다. 작년 수제맥주 시장 처음으로 1000억 돌파지난해 국내 수제맥주 시장은 가정시장 수요 급증에 힘입어 가파르게 성장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유흥시장이 직격탄을 맞았지만 홈술족이 늘었고 유통채널의 ‘펀슈머(fun+consumer)’ 마케팅을 바탕으로 한 협업제품이 인기를 끈 덕이란 분석이다.
29일 한국수제맥주협회에 따르면 국내 수제맥주 시장 규모는 지난해 1096억원으로 전년(800억원) 대비 37% 급증했다. 2017년 시장 규모가 436억원에 그친 점을 고려하면 3년 사이에 두 배 수준으로 성장한 것이다. 전체 맥주 시장에서 수제맥주가 차지하는 비중도 2019년 1%대에서 지난해 3%까지 상승했다.
편의점을 비롯한 소매시장이 급성장해 처음으로 유흥시장 비중을 추월한 점이 특징이다. 지난해 소매시장은 2.5배 이상 성장하며 전체 시장에서 67%로 비중을 높였다. 반면 유흥시장은 지난해 31% 쪼그라들었다.
박정진 한국수제맥주협회장은 “국내 수제맥주 시장은 2024년까지 3년간 연평균 약 30%씩 성장할 전망"이라며 "2024년 약 3000억원 규모에 이를 전망이고, 성장은 소매시장이 견인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곰표·말표부터 웹툰 맥주까지…편의점서 쏟아진 이색맥주
지난해 소매시장 성장 배경으로는 코로나19가 가장 큰 요인으로 꼽혔다. 다중이용시설 기피로 홈술 문화가 확산했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주세법 개정으로 소매채널이 확대된 점, 2019년 여름 일본 정부가 한국에 대한 수출 규제 조치에 나서면서 국내에서 시작된 일본산 제품 불매운동도 수제맥주 업계에 기회가 됐다. 수입맥주시장 선두주자였던 일본 맥주가 타격을 입으면서 편의점 업계에서 수제맥주를 밀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특히 코로나19로 홈술족이 늘면서 편의점들은 다양한 협업 맥주제품으로 소비자 손길 잡기에 나섰다. 펀슈머 성격이 짙은 MZ세대를 겨냥해 다양한 협업 수제맥주가 출시, 전체 시장의 판을 키우는 결과를 낳았다는 분석이다.
실제 지난해 주요 편의점에서 수제맥주 매출은 급증했다. CU에서는 498% 뛰었고, GS25가 445%, 세븐일레븐이 550%, 이마트24가 210% 증가했다.
대표적으로 편의점 CU는 지난해 곰표 밀맥주를 선보여 뜨거운 반응을 얻어냈다. 장수 밀가루 브랜드 ‘곰표’가 붙은 밀맥주는 CU가 대한제분의 곰표, 맥주제조사 세븐브로이와 협업해 만든 맥주상품이다. 지난해 5월 출시 당시 사흘 만에 초도물량 10만 개가 동나는 등 인기를 끌었다. 편의점 GS25는 뉴트로 트렌드를 반영한 ‘금성맥주’를 내놨고, 세븐일레븐은 유동골뱅이맥주를 선보이기도 했다.
편의점 업계에선 주류 규제 완화로 인기 있는 수제맥주 대량 공급이 가능해진 점에 주목하고 있다. 실제 CU는 롯데칠성음료가 위탁생산한 곰표 밀맥주의 판매를 시작해 관련 매출 급증을 기대하고 있다. 5월까지 점포에 공급되는 물량은 총 300만개로 지난해 판매된 수량(150만개)의 두 배에 이른다.
앞서 정부는 주류 제조 면허를 가진 제조사가 다른 제조업체의 시설을 이용해 주류를 위탁생산(OEM)할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했다. 이에 세부 시행령이 고시된 후 곰표 맥주 제조사인 세븐브로이는 롯데칠성음료에 위탁생산을 의뢰해 곰표 밀맥주 대량 생산에 들어갔다.
CU 관계자는 "곰표 밀맥주의 대량 생산이 가능해지면서 향후 편의점 맥주 시장의 지각변동이 예상된다"며 "이번 물량이 완판된다면 편의점 업계 처음으로 수제맥주가 국산, 수입맥주를 통틀어 맥주 판매량 1위를 기록하게 된다"고 말했다.
다만 소매채널의 급성장에도 불구하고 수제맥주업계에서는 양극화 심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한국수제맥주협회 관계자는 "소규모 맥주제조자 140여 곳 중 소매채널에 공급할 수 있는 역량이 있는 곳은 9~10곳에 불과하다. 소매채널 성장의 수혜는 소수업체로 집중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오정민 한경닷컴 기자 bloom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