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家, 이재용 몰아주기 대신 세 부담 감소 택했다 [종합]

입력 2021-04-30 17:26
수정 2021-04-30 17:41

고(故)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보유하고 있던 약 19조원 규모의 주식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유족들의 상속세 부담을 줄이는 방향으로 정리됐다. 당초 금융투자업계에선 이재용 부회장의 지배권을 강화하는 방안으로 지분이 정리될 것으로 예상했으나, 대부분의 주식을 법정비율 대로 상속받으면서 가족간의 불협화음을 방지하고 세 부담을 줄이는 쪽을 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삼성물산은 이 회장의 지분을 유족 측이 법정 비율대로 상속받았다고 30일 공시했다. 이에 따라 이재용 부회장,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이서현 삼성복지재단 이사장 등 세 자녀가 각 120만5720주씩 받았다. 부인인 홍라희 여사는 180만8577주를 상속받았다. 이 같은 비율은 부인인 홍 여사가 9분의 3, 세 남매가 각각 9분의 2인 법정 상속비율과 일치한다. 이에 따라 기존 삼성물산 최대주주였던 이재용 부회장은 지분이 17.48%에서 18.13%로 늘었다. 이부진 사장과 이서현 이사장의 지분율은 각각 5.60%에서 6.24%로 증가했다. 홍 여사는 0.97%를 신규 취득한 것으로 기록됐다.

당초 '이재용 몰아주기'가 예상됐던 삼성전자 지분도 법정 상속비율대로 나눠가졌다. 삼성전자는 이날 공시를 통해 이재용 부회장 등 세 자녀가 각 5539만4044주씩 상속받았다고 밝혔다. 이로써 이 부회장의 삼성전자 지분이 0.70%에서 1.63%로 늘었고, 이부진 사장과 이서현 이사장은 0.93%씩 신규 취득했다. 홍 여사는 2.30%로 가장 많이 늘었다. 삼성SDS도 이날 공시를 통해 이 회장 지분을 세 자녀와 홍 여사가 법정 비율대로 상속했다고 밝혔다. 이 부회장 등 세 자녀는 각 2155주를, 홍 여사는 3233주를 상속받았다.

반면 삼성그룹 지배구조상 삼성전자 경영권 지키기의 핵심 연결고리인 삼성생명 지분은 이재용 부회장이 절반을 상속받았다. 삼성생명은 이 부회장이 이건희 회장 지분의 50%인 2075만9591주를 상속받았다고 이날 공시했다. 이부진 사장과 이서현 이사장은 각각 1383만9726주와 691만9863주를 상속받았다. 비율로 계산하자면 3대 2대 1의 비율이다. 홍 여사는 삼성생명 지분은 상속받지 않았다. 이번 상속으로 이 부회장의 삼성생명 지분은 10.44%로 늘었다. 이부진 사장과 이서현 이사장은 각각 삼성생명 지분의 6.92%, 3.46%를 보유하게 됐다. 최대주주는 이건희 회장에서 19.34%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삼성물산으로 변경됐다.

현재 삼성그룹은 '이재용 부회장→삼성물산→삼성생명→삼성전자'로 이어지는 지배구조인데, 이번 상속을 통해 이 부회장은 기존 삼성물산과 함께 삼성생명 지분 10.44%를 보유하며 개인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삼성생명에 대한 이 부회장의 개인 지분을 높임으로써 추후 금융사의 비금융계열사 지분을 총 자산의 3%로 이하로 낮춰야 하는 보험업법 개정안에도 대비한 것으로 해석된다.

노정동 한경닷컴 기자 dong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