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원 시신 바다에 버려도 된다고?…수장조항 ‘부활’ 논란

입력 2021-05-02 13:00

선박 항해 중 숨진 선원의 시신을 바다에 수장(水葬)할 수 있도록 한 선원법 조항이 국회 상임위원회 심사 과정에서 다시 살아나 논란이 되고 있다. 수장제가 비인권적이라는 이유로 폐지하는 내용의 법안이 발의됐는데 예외조항이 슬며시 들어간 것이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는 지난달 27일 전체회의를 열어 이런 내용을 담은 선원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위원장 대안으로 통과된 선원법 개정안은 선원 시신의 수장을 원칙적으로 금지했다. 다만 항해 중 전염병으로 사망해 선내 감염이 우려되거나 기항 예정 항만에서 시신 인도를 거부하는 등 사유가 있으면 예외적으로 수장이 가능하도록 했다.

당초 이원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선원법 개정안은 시신의 수장을 예외 없이 전면 금지하는 내용이었다. 만약 사망자가 발생한 경우엔 기항 예정 항만이나 가까운 항만으로 이동해 시신을 유가족에 인도하도록 했다.

현행 선원법 17조는 수장을 원칙적으로 허용하되 요건은 시행령과 시행규칙에 위임했다. 선원법 시행규칙 11조는 선박이 공해상에 있는 상태서 사망 후 24시간이 경과했고, 위생상 시신을 선내에 보존할 수 없는 등 요건을 갖춘 경우 수장을 허용하고 있다.

그동안 선원단체 등에서는 “아무리 긴급한 사유가 있더라도 선원 수장을 법적으로 허용한 건 야만적 처사”라는 비판이 제기돼왔다. 수장 여부를 선장이 자의적으로 판단할 경우 인권유린 수단으로 활용될 여지가 크기 때문이다. 선내에서 범죄행위로 사망 사고가 발생했는데 부검 없이 수장을 하면 사고 원인을 명확히 규명하기도 쉽지 않다.


지난해 5월엔 중국 원양어선에서 일하던 인도네시아 국적 선원 3명이 수장된 사실이 드러나 국제사회에 큰 충격을 주기도 했다.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주요국 중 선원 수장을 법상 허용하고 있는 국가는 한국과 일본밖에 없다. 해수부 관계자는 “다만 지금까지 국적 선박에서 실제 수장이 이뤄진 사례는 없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 의원이 발의한 선원법 개정안은 이런 취지를 반영해 수장을 전면 금지했다. 하지만 지난달 22일 농해수위 법안심사소위원회는 수장을 예외적으로 허용하는 조문이 담긴 선원법 17조 2항을 신설했다. 농해수위 관계자는 “전염병 등 사유가 있는 경우 수장이 불가피하다는 한국선주협회 의견을 반영했다”고 설명했다.

전국해상선원 노동조합연맹(선원노련)은 “수장제 폐지를 위해 마련된 개정안이 순식간에 수장제 유지로 둔갑했다”며 “사인이 명확하게 입증되지 않은 시신을 바다에 버릴 수 있도록 한 수장제는 즉각 폐기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오형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