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만에 1만 달러 넘긴 '닥터 코퍼'…"앞으로 더 오른다"

입력 2021-04-30 14:12
수정 2021-05-01 00:02

경기회복 선행 지표로 불리는 '닥터 코퍼'(Dr. Copper·구리 박사)값이 치솟고 있다. 구리 1t당 가격은 2011년 이후 10년 만에 1만 달러를 넘었다. 구리 쓰임이 많은 친환경 에너지원 수요가 느는데다 코로나19로 채굴을 멈췄던 구리 광산이 재가동되기까지 시간이 걸려 당분간 고공행진이 이어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29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런던금속거래소(LME) 3개월물 구리 가격은 한 때 t당 1만8달러까지 치솟았다. 구리값이 1만 달러를 넘어선 것은 2011년 2월 1만190달러 이후 10년 만이다. 구리값은 올 들어 27%, 이달에만 12% 올랐다. 전문가들은 2011년 기록도 조만간 뛰어넘을 것으로 내다봤다.

구리는 최근 1년 간 가격이 90% 넘게 치솟았다. 코로나19로 움츠렀던 세계 경제가 빠르게 회복돼서다. 2000년대에도 중국의 건설·부동산 시장이 급격히 성장하면서 세계 구리 가격이 크게 올랐다.

전기자동차, 태양광 발전 등 친환경 에너지 관련 소비가 급증한 것도 구리값 상승에 영향을 줬다. 전기차 한 대를 만들 때 필요한 구리는 90㎏(200파운드)에 이른다. 기존 내연기관 자동차를 만들 때 9~23㎏(20~50파운드) 필요한 것을 고려하면 최대 10배 많은 물량이 필요한 셈이다. 녹색산업 시대의 '새 석유'로 구리를 꼽은 골드만삭스는 1년 안에 t당 1만1000달러에 도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구리가 원자재 시장의 장기 호황(슈퍼사이클)을 이끌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도 나왔다. 통상 가격이 오르면 생산이 늘어 값이 떨어지는 게 일반적이다. 하지만 올해 구리는 상황이 다르다. 파이낸셜타임즈에 따르면 코로나19로 생산이 줄면서 올해에만 정제 구리 물량이 50만t 정도 부족해질 수 있다.

세계 최대 구리 광산인 칠레의 에스콘디도는 최근 9개월 간 예년보다 8% 줄어든 82만1000t의 구리를 생산했다고 지난달 말 발표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생산량을 늘리기도 여의치 않다. 전문가들은 기존 광산에서 생산량을 확대하기까지 2~3년, 새 광산 발굴까지 10년이 걸릴 것으로 내다봤다.

세계 최대 구리 관련 상장사인 프리포트맥모란의 리처드 애드커슨 회장은 "구리 수요가 급등할 것"이라며 "광산 투자 등을 하려면 가격이 더 오를 수 있다"고 했다.

이지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