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알못] "10대 여자친구와 모텔에 가지 못해 화나요"

입력 2021-05-01 05:04
수정 2021-05-01 10:27


한 대학생이 "내 여자친구는 고등학생"이라며 "이미 신체적으로 성숙한 여자친구와 숙박업소를 갈 수 없는 게 불만"이라는 취지의 글이 게재돼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

A 씨는 자신의 대학교 익명 게시판에 "1년 전 지하철역에서 한눈에 반한 여학생의 번호를 물어보며 만나게 됐다"며 "나중에 나이를 물어봤더니 당시 나이는 고1, 저보다 무려 7살이나 어렸다"면서 여자친구를 소개했다.

A 씨는 여자친구가 미성년자이며 나이 차이가 났음에도 "그와의 대화는 새내기 후배들과의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며 "저희의 첫 관계는 조심스러워만 하는 저를 그녀가 답답하다는 듯 리드해서 이뤄졌다"고 전했다.

이어 "그렇게 1년 정도 지난 지금, 그녀와의 데이트는 성인의 그것과 다름없이 됐다"면서 분위기 좋은 카페를 찾고, 맛집을 가는 건 물론 잠자리까지 한다"고 설명했다.

A 씨는 "자취가 아닌 통학을 하는 저는 그녀와 사랑을 나눌 장소를 찾기가 매번 힘들었다"며 "다행히 그녀의 성숙한 외모 덕에 신분증 검사를 안 하는 곳도 있었지만, 어떤 곳은 신분증을 확인했고, 그러면 저희는 민망해하며 다른 모텔을 찾아 떠돌아다녔다"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이 과정에서 저는 한 가지 의문이 생겼다"며 "왜 고등학생은 모텔에 출입하면 안 되는 거냐, 왜 여고생의 교제와 사랑은 성인 여성과 다르게 터부시되는 거냐"고 문제를 제기했다.

A 씨는 "많은 이들이 성인 남성과 여고생의 연애를 아직 어린 학생이라 성숙하지 못하고, 경험의 불평등으로 인한 비수평적 관계로 규정지으며 성인 남성이 미숙한 어린 여성을 성적으로 착취한다는 시선으로 본다"며 "남자의 육체적 성장은 만 17세 경에 완료되지만, 여성의 육체적 성장은 만 14세 경에 완료된다. 남성 기준으로 만 19세부터 성인으로 대우한다면, 여성은 통상적으로 남성보다 3년쯤 일찍 육체적 성장이 완료되니 만 16세부터 성인으로 대우해줘야 하는 게 아니냐"는 견해를 밝혔다.

이어 "여자친구 방학기념으로 간만에 평일 모텔에 왔는데, 한 번 금지 먹어서 민망해서 생각이 많아진다"라고 덧붙였다.

A 씨의 글에 반박이 이어졌다. 미성년자와 성관계를 맺는 것도, 모텔을 가는 것도 모두 불법인데 "자랑스럽게 학교 커뮤니티에 올리는 생각을 하는 것 자체가 경악스럽다"라는 반응과 더불어 "이미 미성년자인 중고등학생들이 룸카페 등에서 음주, 흡연하거나 성관계를 가지는 일도 다반사인데 제도가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라는 지적이 이어졌다.

현행법상 19세 미만은 '청소년'이다. 청소년은 정신적, 신체적으로 미숙한 아이들로 사회적으로 보호해야 한다는 합의가 돼 있다. 때문에 같은 범죄라도 성인을 대상으로 한 범죄보다 처벌 수위가 높다.

현행법은 성인이 불법적인 방법으로 미성년자의 성을 착취하는 것을 엄벌하는 데 중점이 맞춰져 있다.

19세 이상 성인이 13세 이상 16세 미만인 아동·청소년의 궁박(窮迫)한 상태를 이용하여 해당 아동·청소년을 간음하거나 해당 아동·청소년으로 하여금 다른 사람을 간음하게 하는 경우에는 3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한다고 돼 있다.

잠잘 곳이 없거나 오갈 데 없는 처지의 미성년자의 성을 착취하는 경우가 이에 해당한다.

이런 경우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아울러 성인이 성적 착취를 목적으로 정보통신망을 통하여 아동·청소년에게 성적 욕망이나 수치심 또는 혐오감을 유발할 수 있는 대화를 지속적 또는 반복적으로 하거나 그러한 대화에 지속적 또는 반복적으로 참여시키는 행위를 할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최근 불거진 n번방 사태를 계기로 ‘온라인 그루밍 방지법’도 국회를 통과했다.

승재현 형사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법 시행 6개월 후인 2021년 9월 23일 기준으로 대학생은 19세 이상이고 여학생은 만 16세 미만이라면 대학생이 여학생에게 성교 행위 신체의 전부 또는 일부를 접촉·노출하는 행위 등을 SNS를 통해 권유했다면 처벌이 가능하다"고 조언했다.

개정안에 따르면 성매매 목적으로 아동·청소년을 권유·유인하는 경우 부과되는 형량은 ‘징역 1년 이하 또는 벌금 1000만 원 이하’에서 ‘징역 3년 이하 또는 벌금 3000만 원 이하’로 강화된다. 아동·청소년 성착취물을 제작하거나 수입, 수출하는 범죄는 형사소송법상 공소시효가 적용되지 않는다. 이와 함께 사법경찰관리가 아동·청소년 대상 디지털 성범죄를 수사할 때 신분을 위장하거나 비공개할 수 있도록 하는 수사 특례 규정도 마련됐다.

이 법안은 온라인 그루밍 단계에서부터 아동·청소년 대상 디지털 성범죄를 원천적으로 차단·예방할 수 있게 됐다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

하지만 A 씨의 사례와 같이 16세 이상 19세 미만 미성년자와 교제를 하다가 성관계를 했더라도 서로 합의에 의한 관계였다고 주장하면 법적 처벌 조항이 없다.

다만 도덕적 이슈와 상대 성인에 대한 비난은 논외라는 지적이다.

도움말=승재현 형사정책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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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나/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