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개월에 한 번씩 '의원 농성'이 벌어지는 21대 국회 [조미현의 국회 삐뚤게 보기]

입력 2021-04-30 10:56
수정 2021-04-30 11:00

국민의힘과 정의당 소속 의원들이 코로나19 영업제한으로 손해를 본 자영업자의 피해 보상을 전면 소급적용하는 내용의 손실보상법 처리를 촉구하며 국회 내에서 농성에 돌입했습니다. 지난해 12월 중대재해법 통과를 요구하는 정의당 의원들의 농성에 이어 의원 농성은 두 번째인데요. 21대 국회가 시작되고 6개월에 한 번꼴로 의원 농성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최승재 국민의힘 의원은 100% 소급적용을 요구하며 지난 12일부터 국회 본청 앞에서 천막농성을 시작했습니다. 소상공인연합회 회장 출신인 최 의원은 "코로나19 사태로 소상공인·자영업자의 폐업 도미노 현상은 골목경제 집단붕괴로 이어지고 있다"며 "정부와 여당은 더이상 소상공인 자영업자를 차별하거나 편을 가르는 정책으로 일관해서는 안 된다"라고 주장했습니다.

전날에는 류호정 정의당 의원이 국회 본청 로텐더홀 안에서 무기한 농성에 돌입했습니다. 류 의원은 "저는 오늘부터 여기서 일하고 자겠다. 염치가 없어서 그렇다"며 "손실보상법이 각 상임위를 통과할 때까지 그렇게 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여야 모두 손실보상 소급적용에는 동의하고 있습니다. 다만 정부가 이제까지 지급된 자영업자에게 재난지원금이 선별 지원된 상황에서 형평성 문제와 재원 마련의 어려움 등을 들며 반대하고 있습니다. 정부는 법안이 공포되고 3개월 뒤부터 손실보상이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민주당은 정부 입장을 고려하더라도 법안 공포 시점부터는 손실보상이 이뤄져야 한다고 맞서고 있습니다.

여당이 국회 다수를 차지한 상황에서 국민의힘과 정의당 등 소수 야당의 주장이 관철되긴 쉽지 않습니다. 그렇다 하더라도 의원들의 국회 내 농성이 자주 되풀이되는 건 안타깝습니다. 국회는 토론과 설득, 합의의 장이 되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21대 국회에서 여당이 절대다수를 차지했지만, 야당 소속 의원의 법안이 통과한 사례가 없는 것도 아닙니다. 대표적으로 윤희숙 국민의힘 의원의 종합부동산세법 개정안을 꼽을 수 있습니다. 윤 의원은 부부 공동명의 주택의 세액 공제가 적용되지 않는 불합리함을 지적했고, 개정안을 제출했습니다.

윤 의원은 "남편 단독명의로 가진 것에 비해 부부가 같이 명의를 갖고 있으면 세금이 최대 5배 징벌된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젊은 부부들은 여성이 경제활동을 같이 하고 재산권을 함께 형성하는 추세이고, 고령 인구들도 공동명의를 권장하는 정부 정책에 따라 많이들 하고 있다"며 "그런데 이렇게 5배에 달하는 징벌적 세금을 물린다는 것은 이상한 것 아니냐"라고 문제를 제기했습니다. 결국 지난해 11월 윤 의원의 개정안은 국회를 통과했습니다.

최 의원이 제출한 손실보상법을 살펴봤습니다. 기본적인 비용추계서조차 첨부되지 않았습니다. 비용추계서 미첨부 사유로는 "현시점에서 기존 지원 사업의 확대 규모 등을 파악하기 곤란하고, 감염병으로 인한 긴급행정조치의 추가 발동 여부 등에 따라 추가 지원 여부가 결정될 수 있으므로 추가재정소요를 합리적으로 추계하기 곤란하다"라고 적혀 있습니다. 얼마나 많은 예산이 쓰일지 몰라 추정이 불가능하다는 얘깁니다.

이런 상황에서 형평성과 재원 마련 문제를 우려하는 정부·여당을 어떻게 설득할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의 어려움을 덜어주려는 야당 의원들의 노력을 인정합니다. 하지만 설득을 위한 정교한 논리 개발이 아닌 단순 주장을 관철하기 위한 농성을 벌이는 건 최선의 문제 해결 방법이라고 할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더구나 국회 내 농성은 일반 국민에게는 허용되지 않는 특혜라는 점을 지적하고 싶습니다. 국회사무처 관계자는 "민간인의 경우 국회 청사 관리 규정에 따라 농성이나 집회를 원천 금지하고 있다"며 "다만 의원이 직접 농성을 할 경우 의정 활동의 일환으로 보고 물리적으로 막지는 않고 상황 관리만 하고 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조미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