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04월29일(08:11) 자본시장의 혜안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가 대체투자의 한 축인 인프라 부문 인력의 줄이탈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전 세계적인 친환경 인프라 투자 확대 속 이 분야 전문가들의 품귀 현상으로 '몸값'이 상승한 가운데 최근 일산대교·미시령터널 등 국민연금이 투자한 국내 민자 인프라 사업을 두고 정치권의 통행료 인하 압박이 이어지는 등 업무 외 부담까지 가중된 결과란 분석이 나온다.
29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올해 초까지 국민연금 아시아인프라팀장을 맡고 있던 허정권 팀장이 퇴사했다. 허 팀장은 국내 독립계 인프라 전문 운용사인 에너지이노베이션파트너스(EIP) 임원급으로 이직한 것으로 알려졌다. 허 팀장의 퇴사로 2018년 국민연금이 인프라투자실을 신설한 이후 국내 투자를 맡는 1팀과 해외투자를 전담하는 2팀을 맡아 투자 전선을 이끌어왔던 두 팀장이 모두 국민연금을 떠났다. 당시 인프라2팀을 맡았던 고광범 팀장은 2019년 미래에셋대우로 자리를 옮겼다. 허 팀장은 당시 1팀장을 맡았다.
2020년 국민연금은 국내·해외를 기준으로 나눠져 있던 대체투자 관련 팀을 사모투자·부동산·인프라 등 자산군별로 개편했다. 1팀장을 맡아 국내 투자를 전담하던 허 팀장은 아시아인프라투자팀장을 맡아 국민연금 전체 인프라 투자(26조원)의 40% 가량인 10조 4000억원 가량의 운용을 총괄해왔다.
허 팀장의 이적은 지난해 유럽인프라투자팀 소속 심사역 4명이 대마초 흡연 혐의로 퇴사한 이후 이어진 인력 이탈 사례다. 국민연금 인프라투자실은 현재 실장을 포함해 16명에 불과한 상황이다. 국민연금은 지난해 인프라 부문에서만 7명을 새로 뽑았다. 올해는 10명을 새롭게 충원 중이다. 작년부터 신규 채용 인원이 현재 총원을 넘어선다. 그만큼 실무진 이탈이 컸다는 의미다.
업계선 주요 인력들의 이탈로 인프라 투자건 발굴과 투자 집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인적 네트워크가 핵심인 인프라 분야에서 갑작스럽게 전체 인력의 20~30% 가량의 공백이 생기면서 만기가 돌아온 물량을 재투자하고 투자 자산을 관리하는 것 이상의 업무를 수행하기 어려운 실정이라는 분석이다.
현재 국민연금 인프라투자실의 인당 운용자산 규모는 약 1조 6000억원에 달한다. 인당 운용자산 규모가 2000억~5000억원 수준인 캐나다연금투자위원회(CPPIB), 네덜란드연기금(APG)등 경쟁 연기금은 물론 또 다른 국내 기관 투자자인 한국투자공사(KIC)와 비교해도 높은 수준이다.
여기에 최근엔 일산대교, 미시령 터널 등 국민연금 투자한 민자 인프라 사업을 둘러싸고 정치권이 통행료 인하를 압박하면서 관련 대응에 투자 외적 부담이 늘었다는 후문이다. 한 대체투자 자산운용사 대표는 "향후 글로벌 경기 불확실성이 큰 상황에서 안정성을 추구하는 연기금으로선 장기 안정적 수익을 확보할 수 있는 자산 확보가 시급한 상황이지만 쉽지 않아 보인다"며 "최소한 운용역들이 투자에만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줘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황정환 기자 j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