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방 위에 늘어선 풍차의 행렬이 자아내는 분위기가 무척 평화롭다. 네덜란드 잔담 근처에 있는 잔서스한스는 ‘풍차의 나라’에서도 손꼽히는 풍차 밀집 지역이다. 역사적 가치를 지닌 오리지널 풍차와 옛 가옥들이 원형 그대로 남아 있다. 풍차박물관도 멀지 않다.
한가로운 외양과 달리 풍차는 네덜란드의 거친 생존 투쟁 이력이 오롯이 새겨진 공간이다. ‘낮은(니더) 땅(란드)’이라는 나라 이름처럼 전 국토의 4분의 1이 해수면 아래에 있다. 수도 암스테르담도, 유럽의 관문 스히폴공항도 모두 물 밑의 도시요 해저 공항인 셈이다.
네덜란드 사람들은 풍차를 앞세워 거친 바다와 싸우며 살아갈 토대를 만들고 지켜냈다. “신은 만물을 창조했지만 네덜란드는 네덜란드인이 만들었다”는 속담에는 극악의 환경을 노력과 의지로 극복한 네덜란드인의 자부심이 담겨 있다. 풍차야말로 어떤 악조건에도 굴하지 않는 인간 의지의 상징이라 할 수 있다.
모든 성공에는 저마다의 피와 땀과 눈물이 어려 있다. 쉽게 성과가 보이지 않고, 성공이 멀어 보이기만 할 때 묵묵히 돌아가는 풍차를 바라보며 마음을 다잡아 보면 어떨까.
김동욱 기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