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계 "1호 소장품 인왕제색도 기증에 울컥"…별도 미술관 건립 주장도

입력 2021-04-29 17:02
수정 2021-04-30 00:37
이건희 삼성 회장 유족이 국가기관에 기증한 미술품과 문화재는 질과 양(2만3000여 점) 모두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그만큼 관리 및 전시의 난도도 높다. 도자기(3596점)와 금속 공예품(2122점)은 그나마 사정이 나은 편이다. 고미술품 중 서화(1500점)와 고서 및 고지도(1만2558점)는 조그만 실수로도 치명적인 훼손을 입을 수 있다. 전시관과 수장고는 물론 별도의 미술관을 신축하고 관리 인력을 보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는 이유다.

문화체육관광부와 작품을 기증받은 국립중앙박물관, 국립현대미술관 등은 기증품 관리 방안을 마련하느라 고심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이건희 특별관’을 건립하라고 지시한 만큼 별도의 전시관과 수장고 신축은 확실시되는 분위기다. 국립현대미술관 관계자는 “이번 기증품은 모두 과천관에 있는 수장고로 들어왔는데, 수장고 용량이 거의 포화 상태에 이르렀다”고 전했다.

미술계에서는 국립중앙박물관과 국립현대미술관 등이 새로운 부지를 구입해 전시관과 수장고를 세울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온다. 현재 이 기관들이 보유한 부지와 건물은 용도와 면적을 변경하기 어려운 데다, 확장한다고 하더라도 한계가 명확해서다. 주요 후보지로는 서울 송현동 옛 미국 대사관 직원 숙소 터와 용산 국립중앙박물관 인근이 거론된다.

아예 독립적인 ‘이건희 미술관’을 세워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국립현대미술관이 기증받은 근대 미술품을 중심으로 전시하고, 국립중앙박물관이 보유한 고미술품도 함께 돌아가며 선보이는 식이다. 미술계의 한 관계자는 “이건희 컬렉션은 처음부터 미술관 건립을 계획하고 미술사적 맥락에 맞춰 수집한 것이기 때문에 한자리에 모이는 게 가장 이상적”이라며 “이병철 회장부터 2대에 걸쳐 모은 컬렉션이라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이 회장의 기증품들을 관광자원으로 활용하는 등 관련 정책을 다각도로 들여다보고 있다. 황희 문체부 장관은 지난 28일 브리핑에서 “삼성미술관 리움, 국립중앙박물관, 국립현대미술관 등 세 기관이 연대해 공동 해외 마케팅을 펼치는 방식도 가능할 것”이라며 “해외 관광객이 와서 꼭 찾아가고 싶은 전시장이 국내에도 생긴다는 데 이번 기부의 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문체부는 이번 기증을 계기로 서울을 아시아 미술 시장의 중심지로 육성하는 방안도 검토한다는 계획이다. 황 장관은 “홍콩과 싱가포르 등에 집중된 미술품 경매 시장을 서울에 유치하려는 노력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성수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