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 칼럼] '3대 인구 감소국' 한·중·일

입력 2021-04-29 17:51
수정 2021-04-30 16:57
스파르타는 라이벌 아테네를 제압한 펠로폰네소스 전쟁 이후 고대 지중해의 패권국이 됐다. 감히 쳐들어올 적이 없어 성을 쌓을 필요도 없을 정도였다. 그런 스파르타가 역사 속으로 사라진 이유는 아이러니컬하게도 ‘출산율 저하’였다.

미국 경제학자 토드 부크홀츠는 《다시, 국가를 생각하다(원제: 번영의 대가)》에서 스파르타가 패권 완성 100여 년 만에 ‘종이 호랑이’로 전락하고, 조용히 역사 속에서 사라진 이유를 출산율로 설명했다. 전쟁을 거치며 생산수단인 토지가 소수 지배층에 집중됐고, 다수 스파르탄(시민권을 가진 남성)이 빈곤에 빠져 출산을 꺼리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BC 5세기만 해도 약 1만 명에 달했던 스파르탄 수가 테베의 침입(BC 371년) 당시 1000명 안팎으로 줄었다. 스파르탄들은 BC 331년 마케도니아와 싸울 때는 ‘쥐들과의 전투’라는 경멸적인 표현까지 들어야 했다.

세계 1위 인구대국 중국이 60년 만에 인구가 줄었다 해서 관심을 끌고 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중국 관료를 인용해 2019년 14억5만 명이던 중국 인구가 지난해 14억 명 밑으로 떨어졌다고 보도했다. 그동안 중국은 생산가능인구(15~64세)가 급격히 늘면서 경제성장률이 더 높아지는 ‘인구 배당(인구 보너스)’ 효과를 톡톡히 누렸다. 1950년부터 2015년까지 생산인구가 6억4000만 명 늘었고 이를 기반으로 경제규모 세계 2위, 군사력 3위 대국으로 도약했다.

인구 감소국은 비단 중국뿐 아니다. 독일 이탈리아 등 유럽 22개국을 포함한 전 세계 32개국에서 인구 감소가 진행 중이다. 중국이 주목받은 이유는 한국 일본과 함께 전 세계 GDP의 25%를 생산하는 글로벌 성장엔진이기 때문이다. 일본은 2005년부터, 한국은 지난해부터 인구가 줄기 시작했다. 3국의 생산인구 비중도 20년 안에 8~16%포인트씩 줄게 된다. 한·중 모두 일본의 ‘잃어버린 20년’ 전철을 밟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생산인구가 줄면서 경제여건에 비해 성장이 더 지체되는 이른바 ‘인구 오너스(demographic onus)’ 시기로 들어가면 20세기 인구 증가를 전제로 만든 경제·사회·복지·교육·국방 분야 정책과 제도를 전면 손질해야 한다.

한·중·일 3국이 정치·외교·군사적으로는 티격태격 갈등을 겪고 있지만, 인구문제만큼은 동병상련이다. 경제협력 차원에서 공동연구와 대처 방안을 생각해 봄 직하다.

박수진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