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52만 명. 유럽 어느 나라의 인구수가 아니다. 지난해 기준 뉴욕타임스의 유료 구독자 수다. 경쟁사인 워싱턴포스트 독자의 두 배를 넘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 독자의 여섯 배를 넘는다. 유료 구독자 중에서 종이신문을 보는 사람은 11%에 불과하다. 온라인을 통해 뉴스를 접하는 독자가 669만 명에 달한다. 2011년 디지털 전환을 선언한 지 9년 만에 이룬 눈부신 성과다.
《뉴욕타임스의 디지털 혁명》은 그 성공 비결을 분석한 책이다. 그간 성과를 다룬 보고서들은 많았지만 세부 정보까지 파헤친 건 처음이다. 전·현직 기자와 논설위원, 칼럼니스트 등의 남녀 비율, 인종, 연령, 정치 성향 등을 분석하고 편집국 내에서 쓰는 언어 수, 종사자 급여 수준, 뉴욕타임스의 역사까지 짚었다. 뉴욕타임스에 대한 선입견을 배제하고 그간의 성과에만 관심이 쏠려 조명하지 못했던 부분을 살피려 했다는 게 저자의 설명이다.
뉴욕타임스는 그 전에도 두 차례나 디지털 전환을 시도했다. 1996년과 2005년이었다. 결과는 실패로 끝났다. 온라인 기사를 무료로 제공해 홈페이지에 유입되는 트래픽을 늘리려는 목적이 앞섰다. 칼럼니스트들이 종이신문 독자 수가 줄었다고 항의한 것도 실패 요인이었다.
비관적인 분위기 속에서 2011년 세 번째 디지털 전환을 시도했다. 종이신문 광고료 수익은 해가 갈수록 줄었다. 2013년 기업 정체성을 재정의했다. 책에 따르면 마크 톰슨 전 뉴욕타임스 최고경영자(CEO)는 기존 뉴스 제작 방식을 뒤집었다. 종이신문을 제작한 뒤 온라인에 송출하는 방식 대신 스마트폰용 뉴스 상품을 먼저 만들어 웹사이트로 내보냈고, 이를 재분류해 종이신문을 제작했다.
조직의 방향을 바꾸고 인력도 충원했다. 디지털 전문가를 대거 끌어들였다. 페이스북,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등 대형 정보기술(IT) 기업 임원과 핀터레스트, 허핑턴포스트 같은 스타트업 등에서 수십 명을 팀장급으로 영입했다. 디지털 상품을 개발하는 인력만 700여 명. 구독자 성향을 파악해 질 좋은 콘텐츠를 제공할 전력들이다.
저자는 “뉴욕타임스의 혁신은 종이신문을 중심에 두고 외관만 적당하게 고치는 수준이 아니었다”며 “다른 부문은 다 줄여도 기술과 저널리즘에 대한 투자는 멈추지 않았던 뉴욕타임스만의 ‘담대한 원칙’이 빛을 본 것”이라고 강조한다.
오현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