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충동 족발 1세대 '뚱뚱이 할머니' 별세

입력 2021-04-29 17:41
수정 2021-04-29 23:44
서울 중구 장충동 족발골목의 1세대 격인 ‘뚱뚱이할머니집’ 창업자 전숙열 씨가 지난달 12일 세상을 떠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향년 93세.

29일 유족 등에 따르면 고인은 평안북도 곽산 출신으로, 만주로 넘어갔다가 1943년 서울에 왔다. 1957년 장충동에 ‘평안도’라는 식당을 개업한 뒤 술안주를 찾는 손님들의 요구에 맞춰 돼지족발을 팔면서 입소문을 타기 시작했다. 이후 이 식당을 따라 장충동 일대에 족발을 판매하는 식당이 늘면서 장충동 족발골목이 형성됐다.

가게 이름이 현재의 상호인 뚱뚱이할머니집으로 바뀐 것은 1968년이다. 이후 여러 차례 위치를 바꿔오다가 1983년 장충동에 정착했다. 1990년 12월 고인의 며느리가 2대 사장이 돼 30년째 운영해왔고 현재는 손녀들이 이어받았다. 가업을 이은 김문주·송현씨 자매는 “할머니가 이북에 계실 때 할머니의 어머니가 된장으로 해주던 족발 요리가 생각나 시작하게 됐다고 하셨다”고 말했다.

고인은 생전 단골손님들이 붙여준 별명 ‘뚱뚱이’처럼 인심도 후해 형편이 어려운 아이들을 위해 여러 차례 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방송에 출연해서는 가게의 자랑인 수십 년 된 육수를 새롭게 창업을 희망하는 출연자에게 무료로 나눠주기도 했다. 뚱뚱이할머니집은 지난 28일 중소벤처기업부가 지정하는 ‘백년가게’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배태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