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면받던 어린이펀드의 '반전'…삼성전자보다 수익률 쏠쏠

입력 2021-04-29 17:01
수정 2021-05-07 17:15

투자자들에게 외면받던 ‘어린이펀드’가 높은 수익률로 다시 한번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용돈 대신 삼성전자 주식’을 사준 부모들보다 어린이펀드를 택한 부모들이 쏠쏠한 수익률을 거두는 반전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29일 펀드평가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국내에 출시된 어린이펀드 22개의 1년 평균 수익률은 65.31%로 집계됐다. 4차산업펀드(49.32%), 삼성그룹펀드(55.33%), 코스닥벤처펀드(55.67%)는 물론 국내 상장지수펀드(ETF·55.78%) 1년치 수익률을 앞질렀다.

가장 높은 수익률을 기록한 펀드는 ‘가치투자’를 추구하는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의 한국밸류10년투자어린이펀드(82.75%)다. 특히 올 들어 수익률을 회복하며, 국내 액티브 주식형펀드 539개 가운데 수익률 1위 펀드(25.92%)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이 펀드는 삼성전자(18%)를 비롯해 SK하이닉스, 하이브, 금호석유 등을 담고 있다.

NH-Amudi아이사랑적립펀드(80.48%)가 수익률 2위였다. 삼성전자 비중(25%)은 한국밸류10년투자어린이펀드보다 다소 높고 네이버, 현대차, LG전자 등에 투자하는 상품이다.

어린이펀드 가운데 설정액이 가장 많은 미래에셋우리아이3억만들기펀드의 경우 설정액 100억원 이상 펀드 가운데 부진했지만 수익률은 60.09%에 달했다. 삼성전자 투자 비중은 경쟁 상품과 비슷하지만 이를 제외한 펀드 운용에서 희비가 엇갈린 것으로 보인다.

어린이펀드가 선전하는 사이 부모들의 1순위 주식 선물로 꼽히는 ‘삼성전자’는 펀드 수익률에 못 미쳤다. 삼성전자는 지난 1년 새 63.40% 올랐다. 올 1월 9만원 선을 돌파했지만 석 달째 8만원 선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 때문에 삼성전자를 통해 주식에 입문한 ‘주린이’들도 지지부진한 주가에 실망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국내 7개 증권사(미래에셋 NH 한국투자 KB 키움 대신 유안타)에 신규 개설된 미성년자 계좌를 집계한 결과 지난해 신설 계좌는 31만 개를 넘어섰다. 2020년 3만5000개 수준에서 800% 가까이 급증한 수치다. 덩달아 미성년 삼성전자 주주도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작년 말 기준 20세 이하 삼성전자 주주는 11만5083명에 달한다. 2020년 1만8301명보다 1년 새 528.83%나 늘었다.

다만 5년가량 장기 투자했을 경우 상황은 달라진다. 삼성전자의 5년 수익률은 229%. 어린이펀드 가운데 5년 수익률이 가장 높은 미래에셋우리아이친디아업종대표펀드(144.07%)를 크게 웃돈다. 한 자산운용사 대표는 “국내에서 내 자식에게 물려줄 수 있는 믿을 만한 장기 투자 종목 1순위가 삼성전자라는 데 이견은 크지 않을 것”이라며 “펀드매니저들에겐 이를 뛰어넘어야 한다는 숙제가 여전히 남아 있다”고 평가했다.

박재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