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대 규모 재개발 사업인 서울 용산구 '한남3구역'에서 감정평가 결과를 두고 잡음이 계속되고 있다. 일부 아파트 주민들이 감정평가 결과에 불만을 품고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를 꾸리고 있는 가운데, 높은 가격으로 감정평가를 받은 곳은 SH(서울주택공사)로 밝혀졌다.
29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한남3구역의 종전자산 감정평가액 총액은 5조2065억원으로 서울 재개발 최고금액이 나왔다. 개별 감정금액은 최저 14만원부터 383억7827만원까지 분포됐는데, 이 중 4번째로 높은 금액인 278억1529만원은 SH가 소유하고 있는 부지로 나타났다.
서울 용산구 보광동 80-21번지 부지와 건물로 주변에서는 백년손님이라는 고깃집으로 유명한 건물이다. SH는 2008년 용산구청으로부터 이 부지를 매수해 매달 300여만원의 임대수익을 올려왔다. 그러다가 두 차례에 걸쳐 매각을 추진했지만 유찰됐고, 선착순 수의 계약까지 추진했지만 매각에 실패했다.
이 부지를 매각할 당시인 2019~2020년만 하더라도 매각 예정가는 토지 1822㎡(238억6820만원)와 연면적 1768㎡의 건물(2억7780만원) 등 241억4600만원이었다. 이는 2019년 감정평가를 거쳐 산정된 금액이다. 하지만 이번 감정평가에서 278억1529만원이 나오면서 2년 여만에 가치가 15%가 뛰게 됐다. 해당 부지는 보광로와 장문로가 교차하는 삼거리에 있다보니 한남뉴타운 내에서도 알짜땅으로 꼽혀왔다.
당초 현금청산 쪽으로 가닥을 잡았던 SH는 부지활용을 다시 살펴본다는 계획이다. SH관계자는 "올해들어 조직이 개편되면서 해당부서장을 비롯한 담당자들도 대부분 바뀌었다"며 "결정이 나는대로 입장을 밝히겠다"고 말했다.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한남3구역에서 아파트 조합원을 중심으로 반발이 더 거세지고 있다. A아파트의 경우 지난 23일 감정평가를 맡은 두 회사들과 간담회를 가졌지만, 납득할만한 설명을 듣지 못했다는 입장이다. 또다른 B아파트 역시 "아파트 가치가 평가절하됐다"며 감정평가에 불만을 쏟아내고 있다.
재개발 구역에서 공동주택(아파트)은 비슷한 지역의 거래금액을 바탕으로 감정평가액을 산정하는 '거래사례 비교법'을 적용하는 게 보통이다. 하지만 한남3구역 일대에는 아파트가 드문데다 거래사례도 많지 않다보니 감정평가액이 낮게 나왔다는 게 아파트 주민들의 공통된 주장이다.
A아파트 주민인 김모씨는 "비교하기 어려운 아파트와 거래사례를 견줬다"며 "SH가 보유중인 부지와도 200m 거리 밖에 안되는데다 고지대로 한강조망까지 나오는 아파트"라고 강조했다. 현재 아파트 입주민들은 감정평가 결과에 불복해 용산구청과 서울시 등에 민원을 제기하고 있다. 감정평가업체는 용산구청이 선정한 두 곳이 맡아서 했다.
한편 한남3구역 조합은 오는 6월7일까지 조합원 분양 신청을 받을 예정이다. 조합원 분양 신청이 끝나면 관리처분계획 인가를 받게 된다. 한남3구역은 약 39만㎡ 규모, 총사업비 7조원에 이르는 대규모 재개발 사업이다. 시공사는 현대건설이며, 아파트는 5816가구로 재탄생하게 된다.
김하나 한경닷컴 기자 han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