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문동 햄버거’ 가게로 출발한 맘스터치가 롯데리아를 제치고 매장 수 기준으로 버거업계 1위로 올라섰다. 1979년 이후 철옹성처럼 1위 자리를 지켜온 국내 최초의 햄버거 프랜차이즈 롯데리아를 넘어선 것은 이 회사가 처음이다. 1998년 서울 쌍문동의 작은 햄버거집으로 시작한 맘스터치는 ‘가성비’를 앞세워 질풍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28일 외식업계에 따르면 올 1분기 말 기준 맘스터치 매장 수는 1333개로 집계됐다. 지난해 말 1314개에서 3개월여 만에 매장 수가 19개 더 늘었다. 반면 지난해 말 1330개였던 롯데리아 매장 수는 올 1분기 말에도 제자리걸음이다. 롯데리아가 매장 수 기준으로 버거업계 1위 자리를 내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다만 매장 수는 폐점과 신규 출점 등으로 변동성이 커 당분간은 순위가 엎치락뒤치락할 전망이다.
맘스터치는 가성비 버거로 입소문이 나 2014년 이후 급성장하기 시작했다. 소고기 패티 대신 치킨 패티를 넣어 다른 햄버거 프랜차이즈에 비해 양은 늘리고 가격은 낮췄다. 주 소비층인 1020세대 사이에서 ‘혜자버거’ ‘개념버거’로 불리며 큰 인기를 끌었다. 2005년 처음 나온 싸이버거가 대표 제품이다. 싸이버거는 ‘입이 찢어질 것처럼 크다’는 의미로 ‘입찢버거’라는 별명을 갖고 있다.
맘스터치는 독특한 출점 전략으로 예비 창업자 마음도 사로잡았다. 맘스터치는 주로 핵심 상권 대신 골목 상권, 1층보다는 2층에 20평대 중소형 규모 점포를 내도록 권했다. 번화가 건물을 통째로 빌려 매장을 내는 다른 햄버거 프랜차이즈와는 정반대 전략이다. 골목상권 2층은 번화가 1층에 비해 임차료가 낮아 점주 부담이 상대적으로 작다. 매장 효율도 높은 편이다. 맘스터치의 ㎡당 매장 연평균 매출은 1812만원(2019년 기준)이다. 경쟁사인 버거킹(1409만원), 롯데리아(1313만원)를 크게 앞선다.
2014년 559개에 불과했던 맘스터치 매장 수는 2016년 1000개를 넘어선 뒤에도 빠른 속도로 늘어나고 있다. 전체 매장 중 영남권 매장 비율이 30%를 넘는다. 서울 등 수도권 지역의 신규 출점 여유가 많다는 얘기다.
맘스터치는 2019년 말 사모펀드(PEF) 케이엘앤파트너스에 인수된 뒤 영업 실적이 개선되고 있다. 지난해 매출은 2860억원으로, 전년(2889억원) 대비 소폭 하락했지만 영업이익은 38.4% 늘어난 263억원을 올렸다. 당기순이익은 81.4% 급증했다.
다만 최근 소비자 여론은 좋지 않다. 대표 제품인 싸이버거를 비롯해 버거 가격을 인상해 소비자의 원성을 샀다. 지난해 말 내놓은 신제품 ‘리얼비프버거’는 ‘가지버거’라는 오명을 쓰고 소비자의 외면을 받았다. 신제품의 세트메뉴 가격이 9500원에 달해 “가성비가 좋다는 것도 옛말”이라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박종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