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인도주의 위기 두고…이인영 "제재 때문" 美 "정권 착취 때문"

입력 2021-04-28 17:28
수정 2021-05-12 00:03

미국 국무부가 “북한 정권은 주민들로부터 자원을 착취해 다량살상무기(WMD)와 미사일 개발에 전용하고 있다”며 대북 제재 완화 주장을 일축했다. 반면 이인영 통일부 장관은 북한의 열악한 식량 상황의 원인을 장기간의 대북 제재로 돌렸다. 한·미 양국이 같은 날 북한의 인도주의적 위기와 대북 제재 완화를 두고 정반대의 입장을 밝히며 대북 제재 공조에도 차질을 빚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미 국무부 관계자는 28일 미국의소리(VOA) 방송에 “북한 정권은 빈곤하고 가장 취약한 계층에 인도주의적 원조 기구들이 완전히 접근하는 것을 금지한 것을 포함해 최상의 국제적 기준에 따라 원조가 전달되고 감시하는 것을 계속해서 막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어 “지역과 국제 평화·안보를 위협하는 WMD와 탄도미사일 프로그램에 계속 자금을 조달하고 이를 개발하는 북한 능력을 제한하기 위한 것”이라며 대북 제재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 장관은 같은날 서울 여의도 산림비전센터에서 열린 ‘한반도 번영의 길, 남북 생명·경제공동체 추진방안’ 토론회에 참석해 “(북한은) 오랜 기간 제재로 인한 어려움에 더해 수해 피해와 코로나19로 인한 국경 봉쇄 지속으로 식량 상황이 더욱 안 좋아졌을 것”이라고 말했다. 장기간의 제재를 식량난의 원인으로 꼽은 것이다. 이 장관은 “통일부는 남북관계 복원을 위해 끝까지 최선을 다할 것이며 그 시작은 가장 시급한 북한과의 인도적 협력 분야를 재개하는 것”이라며 “남북 관계는 가다 서다를 반복할 수 있지만 인도적 협력만큼은 단 한순간만이라도 멈춰설 수 없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이 장관은 그동안 여러 차례 ‘제재 유연화’를 주장해왔다. 이 장관은 지난달 29일 최근 유엔과 미국 의회를 중심으로 북한 주민들의 인도적 위기를 타개하기 위한 제재의 유연한 적용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었던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며 “북한이 유연하게 호응해 나온다면 국제사회 (제재 유연화) 움직임이 확대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지난 2월 25일에는 "코로나19 대유행이 완화되면 북한 금강산 개별관광 재개부터 준비하겠다"며 “국제사회에서도 개별방문이 가지는 인도주의적 가치도 함께 고려해서 제재에 대해 유연하게 접근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한·미 양국이 같은날 정반대의 시각을 드러내며 대북 전략 조율에도 차질을 빚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미 양국은 지난달 18일 외교·국방장관(2+2) 회담에서 “대북 전략을 완전하게 조율하겠다”는 내용이 포함된 공동성명을 발표한 바 있다.

송영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