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기(世紀)의 기증으로 평가받는 고(故)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미술품들을 오는 6월부터 국민들이 직접 볼 수 있게 된다.
문화체육관광부는 28일 고 이건희 회장 유족 측이 기증한 문화재와 미술품 2만3000여점을 6월부터 국민에게 순차적으로 공개한다고 밝혔다.
국립중앙박물관은 6월부터 대표 기증품을 선별한 '고 이건희 회장 소장 문화재 특별공개전(가제)'을 시작으로 유물을 공개한다. 내년 10월에는 기증품 가운데 대표 명품을 선별 공개하는 '고 이건희 회장 소장 문화재 명품전(가제)'을 개최할 예정이다.
국립현대미술관도 오는 8월 서울관에서 '고 이건희 회장 소장 명품전(가제)'을 열기로 했다.
이 회장 유족들은 이날 국보 등 지정문화재가 다수 포함된 이 회장 소유의 고(古) 미술품과 세계적 서양화 작품, 국내 유명작가 근대미술 작품 등 2만3000여점을 국립기관 등에 기증한다고 발표했다. 약 2조~3조원 규모로 평가받는다.
구체적으로 겸재 정선의 '인왕제색도'(국보 216호), 단원 김홍도의 '추성부도'(보물 1393호), 고려불화 '천수관음 보살도'(보물 2015호) 등 지정문화재 60건(국보 14건, 보물 46건)을 비롯해 국내에 유일한 문화재 또는 최고(最古) 유물과 고서, 고지도 등 개인 소장 고미술품 2만1600여점은 국립박물관에 기증하기로 했다.
김환기의 '여인들과 항아리', 박수근의 '절구질하는 여인', 이중섭의 '황소', 장욱진의 '소녀·나룻배' 등 한국 근대 미술 대표작가들의 작품과 사료적 가치가 높은 작가들의 미술품, 드로잉 등 근대 미술품 1600여점은 국립현대미술관 등에 기증할 예정이다.
한국 근대 미술에 큰 족적을 남긴 작가들의 작품 중 일부는 광주시립미술관, 전남도립미술관, 대구미술관 등 작가 연고지의 지방자치단체 미술관과 이중섭미술관, 박수근미술관 등 작가 미술관에 기증하기로 했다.
국립현대미술관에는 모네의 '수련이 있는 연못', 호안 미로의 '구성', 살바도르 달리의 '켄타우로스 가족' 및 샤갈, 피카소, 르누아르, 고갱, 피사로 등의 작품도 기증하기로 했다.
지정문화재 등이 이번과 같이 대규모로 국가에 기증되는 것은 전례가 없어 국내 문화자산 보존과 미술사 연구 등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노정동 한경닷컴 기자 dong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