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이전으로 회복한 韓 경제…"보복 소비가 변수"

입력 2021-04-27 11:21
수정 2021-04-27 11:25
모처럼 경기 낙관론이 퍼지고 있다. 올 1분기 국내총생산(GDP) 규모가 코로나19 직전인 2019년 4분기 수준으로 회복한 결과다. 주요국 가운데서도 한국의 회복 속도가 가장 빨랐다. GDP를 구성하는 3대축(소비·수출·투자)이 고르게 선전한 것도 낙관론을 뒷받침했다.

하지만 실물경제가 완연한 회복세에 진입했다고 보기 이르다는 반론도 많다. 백신 보급속도와 코로나19 재확산 여부에 따라 민간소비와 실물경제가 휘청일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韓 회복속도, 주요국 중 최상위 한국은행이 27일 발표한 올해 1분기 GDP는 470조8467억원으로 집계됐다. 2019년 4분기 GDP(468조8143억원)을 웃돈다. 지난해 코로나19 여파로 연간 성장률이 -1%를 기록한 탓에 작년 1~4분기 GDP는 2019년 4분기를 밑돌았다.

지난해 경제규모로 10위에 오른 한국은 세계 10대 경제 선진국 가운데서도 회복 속도가 가장 빠르다. 한국의 2019년 4분기 GDP를 100이라고 보면, 올 1분기 GDP는 100.4다. 세계 1위인 미국(98.9)보다 높은 수치다. 일본(3위·97.7) 독일(4위·94.9) 영국(5위·90.7) 프랑스(7위·95.2) 이탈리아(8위·93.0) 캐나다(9위·98.1) 등을 앞질렀다.

빠른 회복세를 뒷받침한 것은 설비투자·소비 등 내수 경기다. 1분기 성장률 1.6% 가운데 민간소비 기여도는 0.5%포인트, 설비투자 0.6%포인트였다. 1분기에 늘어난 GDP 가운데 민간소비·설비투자가 기여한 비중이 70%에 달한다는 의미다.

민간소비는 전분기 대비 1.1% 늘었다. 1분기 증가율은 작년 3분기(0.0%), 4분기(-1.5%)에 비해 회복세가 뚜렷했다. 자동차·가전제품을 비롯한 내구재 소비가 늘어난 영향이다. 지난 2월15일에 수도권 거리두기가 2.5단계에서 2단계로 내려간 것도 영향을 미쳤다. 거리두기 완화로 식당과 카페 등의 영업시간이 오후 9시에서 10시로 연장되자 가계 씀씀이도 늘었다.

공장에 들어가는 기계류 등의 투자를 나타내는 설비투자 증가율은 6.6%를 기록했다. 재고 물량이 빠르게 소진되면서 설비투자가 늘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제조업의 출하 대비 재고 비율을 의미하는 재고율은 지난 2월 103으로 2018년 5월(101.4) 후 가장 낮았다. 건설투자 증가율은 0.4%를 기록했다.

수출 증가율은 1.9%를 기록했다. 지난해 3분기(16.0%), 4분기(5.4%)에 비교적 높은 증가세를 이어가는 등 역(逆)기저효과 영향으로 올 1분기에는 증가율이 낮아졌다. 자동차와 스마트폰 수출길이 넓어진 것이 눈길을 끈다. 박양수 한은 통계국장은 "정보기술(IT) 산업 경기가 괄목할 만큼 좋아지는 데다 미국도 강력한 부양책을 펴는 여파로 수출길을 갈수록 넓어질 것"이라며 "코로나19 사태가 누그러지면서 수출 개선 흐름도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보복소비 현실화 주목 가계 씀씀이가 앞으로의 경기 흐름을 가를 전망이다. GDP 절반을 차지하는 민간소비 회복이 더디면 그만큼 성장 전망도 어두워진다. 민간소비가 1분기 적잖게 늘었지만 코로나19 직전 수준을 여전히 밑돈다. 2019년 4분기 민간소비를 100이라고 하면, 올 1분기 민간소비는 94.5에 불과하다.

지난해 코로나19로 억눌린 소비가 짧은 시기에 분출하는 ‘펜트업(pent-up·보복소비)’ 기대감도 크다. 보복소비를 뒷받침할 가계의 여윳돈도 적잖다. 한은이 지난해 11월 발표한 조사통계월보를 보면 2020년 한국의 가계저축률은 10.2%를 기록해 전년(6.0%)보다 4.2%포인트 오른 것으로 추정했다. 가계의 여윳돈이 소비로 이어지면 민간소비·성장 회복세도 두드러질 수 있다.

하지만 식당·카페 등의 영업시간이 오후 10시로 묶은 거리두기가 지속되면 민간소비 회복폭도 크지 않을 전망이다. 코로나19 상황과 백신보급 속도가 민간소비 향방을 가를 것으로 예상된다.

박양수 국장은 "소득·고용여건이 좋아지면서 민간소비가 완만하게 개선될 것"이라며 "코로나19 상황을 안심할 수 없는 만큼 민간소비 회복 속도는 향후 대면활동 정상화, 보복소비 정도에 좌우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익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