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한 자율주행차(truly self-driving)는 아직 소비자가 살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미국 최대 소비자 전문매체 컨슈머리포트(CR)는 지난 22일 ‘테슬라 자율주행 시험’ 결과를 이렇게 압축했다. 각국에서 잇따라 사고를 터뜨린 테슬라 차량이 미국에서 또다시 충돌 사고로 사상자를 내자 ‘부족한 기술적 완성도’를 주요 원인으로 지목한 것이다.
준비되지 않은 AI가 걸림돌글로벌 자율주행차업계가 뒤숭숭해진 결정적 계기는 이 사고보다 앞서 불거진 존 크래프칙 구글 웨이모 최고경영자(CEO)의 전격 사퇴다. 25년간 자동차업계를 이끈 베테랑인 그는 2015년 웨이모 대표로 영입됐지만, ‘조 단위’ 적자가 누적되자 결국 물러났다.
자율주행차 관련 사업부도 잇따라 매물로 나오고 있다. 27일 블룸버그에 따르면 미국 리프트는 자율주행사업부 ‘레벨5’를 도요타에 매각하기로 했다. 비용은 계속 드는데, 성과가 기대에 미치지 못한 것이 원인으로 작용했다는 게 외신들의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그동안 쌓여온 기술적 난제가 ‘완전 자율주행 고지’ 앞에서 하나둘 터져 나온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가 맞닥뜨린 장벽은 크게 세 가지다. 앞·뒤·옆에서 달리는 자동차와 도로 위 돌발 장애물 등 주변 사물을 실시간으로 인지하는 ‘비디오 트래킹’, 데이터를 빠르게 분석하는 초고성능 그래픽처리장치(GPU), 돌발상황 대처 등 주행결과의 근거를 제시할 수 있는 ‘설명 가능한 인공지능(AI)’이다. ‘자율주행의 삼위일체’라 불리는 3대 핵심 기술이다.
비디오 트래킹은 사람의 도움이 거의 필요 없는 고등자율주행(레벨4)의 경지에 근접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문제는 주변 도로 상황 정보를 모아 대응방법을 결정하는 GPU 성능이 충분하지 않아 소형화·경량화가 어렵다는 점이다.
특히 ‘설명 가능한 AI’는 최대 난관으로 꼽힌다. 자동차는 사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에, 주행의 판단 근거를 역추적하고 분석해 사후 데이터를 만드는 게 필수다. 이 AI의 진화 속도가 ‘완전한 자율주행’의 퍼즐을 맞추기에는 역부족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딥러닝으로 구축해내는 자율주행 AI는 자신이 무엇을 근거로 판단했는지 원천적으로 설명해내지 못한다는 단점이 있다. 조성배 연세대 AI대학원장은 “애초에 딥러닝은 변수들을 잔뜩 집어넣어 입력과 출력 사이의 상관관계를 구축하는 모델이어서 ‘화이트 박스(인과의 투명성)’로 만드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라고 지적했다. 완전한 자율주행으로 가는 마지막 진통구글과 함께 ‘세계 최고’로 평가받고 있는 테슬라는 수년째 “완전한 자율주행이 임박했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올해 역시 “레벨5(완전자율주행)가 눈앞”이라고 호언장담하고 있다. 하지만 시장의 의구심은 가시지 않고 있다. 고속도로 주행 데이터 비중이 높다는 점 등 ‘한정된 조건’에서 테스트한 통계치는 불완전하다는 지적을 완전히 반증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포브스 등 외신에 따르면 테슬라 오토파일럿 주행데이터는 96%가 사고율이 상대적으로 낮은 고속도로상에서 수집됐다. 테슬라를 포함한 여타 글로벌 선두업체들의 상용화 수준은 사실상 부분자동화(레벨2)에서 조건부자율주행(레벨3) 사이에 머문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국내 대표주자격인 현대차그룹도 미국 앱티브와 합작해 세운 모셔널을 통해 다양한 해법 마련에 나서고 있다. 지난 16일 송창현 포티투닷 대표를 현대차그룹 TaaS(모빌리티 총괄)본부 신임 사장에 겸직 발령한 것도 돌파구 전략의 일환이라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현대차그룹 측은 “기술적 한계를 돌파하기 위해 레벨4 이상의 기술 개발을 모셔널에 집중하고, 역량 있는 스타트업과 협력해 이르면 내년부터 레벨3 상용화에 도전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시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