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하이밍 주한 중국대사가 27일 “함께 패권주의에 반대하고 공정한 도(道)를 실현해야 한다”고 말했다. ‘패권주의 반대’는 중국이 미국을 비판할 때 주로 사용하는 말이다. 미·중 사이에서 ‘전략적 모호성’을 강조하고 있는 한국을 압박하기 위한 발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싱 대사는 27일 서울 광화문 포시즌즈호텔에서 열린 한중일 3국 협력 사무국(TCS) 10주년 국제포럼에 참석해 “한·중·일 3국은 다자주의와 핵심가치를 기본원칙으로 평화 발전 공평 정의 민주 자유 등 인류공동가치를 실행해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어 “글로벌 거버넌스 강화로 공평한 발전을 해 나갈수있도록 노력해야한다”며 “이를 통해 지역과 세계번영 안정에 기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강조하는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을 겨냥한 듯한 구상도 내놓았다. 싱 대사는 “(한·중·일 3국이) 번영과 발전에 힘쓰기 바란다”며 “한·중·일 플러스 협력 모델을 안정적으로 추진해 다른 국가와 지역에 혜택이 돌아가도록 해야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디지털 경제 △인공지능 △바이오제약 등의 분야에서 협력을 강화하고, △공급망 △데이터망 △인력망을 견고하게 해야한다고 강조했다.
중국이 주도한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싱 대사는 “3국 간 RCEP이 조속히 발효되도록 노력하고 한중일 FTA등 역내 경제 통합을 실현해 나가야 한다”며 “3국은 개방형 세계경제를 구축하고 긍정 에너지 불어 넣어야한다”고 말했다. 싱 대사가 언급한 ‘패권주의 반대’와 ‘개방형 경제’는 중국이 미국의 대중(對中) 견제 전선을 비판할 때 주로 사용하는 단어다.
싱 대사는 최근 잇달아 미국을 비판하는 발언을 내놓았다. 싱 대사는 지난 21일 서울 성산동 마포중앙도서관에서 열린 ‘중국 서부지역 사진전 개막식’에 참석해 “그들(서방 국가)은 각종 거짓말들을 함부로 꾸며내지만, 어떤 확실한 증거도 내놓지 못했다”며 “일부 서방 국가 정치인들과 언론들이 중국 서부, 특히 신장(위구르)과 시짱(티베트) 등 지역에 대해 밑도 끝도 없이 비난하고 공격한다”고 비판했다.
그는 같은 날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미국 일부 정치인들이 정치적 목적으로 중국을 압박해 양국 관계에 매우 큰 상처를 입혔다”며 “미국이 더 이상 인위적으로 새로운 장애물을 만들지 않기를 진심으로 바란다”고 밝히기도 했다.
송영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