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유니콘 꿈꾸는 디홀릭커머스 "일본 패션 시장 선도한다"

입력 2021-04-27 13:12
≪이 기사는 04월26일(16:33) 자본시장의 혜안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K패션도 J패션도 아닌 ‘디홀릭 패션’을 만들어갈 겁니다.”

이동환 디홀릭커머스 대표(사진)는 26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일본에서 온라인 패션 시장을 선도하고 있는 기업”이라고 회사를 소개했다. 디홀릭커머스는 한국의 의류·화장품 등을 일본 시장에 판매하는 온라인 플랫폼이다. 일본에 진출한 국내 e커머스(전자 상거래) 기업으로는 최대 성공작 중 하나로 꼽힌다.

일본 패션 e커머스 공략, 1000억원 덩치로 성장
이 대표는 디홀릭커머스를 패션 e커머스 업계의 ‘원조 세대’라고 표현했다. 그는 2000년까지 한 벤처기업에 다녔다. 패션업계의 ‘성지’ 동대문 시장을 웹사이트를 통해 해외 바이어들에게 알리는 회사였다. 닷컴 버블이 오면서 회사가 문을 닫자 이듬해 그는 직원들을 이끌고 온라인 의류 쇼핑몰인 ‘다홍’을 세웠다. 온라인으로 옷을 구매한다는 개념조차 생소할 때였다.

2000년대 중반이 되면서 국내 온라인 쇼핑몰이 우후죽순 등장했다. 경쟁이 심해지자 결단을 내려야 했다. 이 대표는 해외로 과감히 눈을 돌렸다. 2006년에는 ‘쓰상치이’라는 이름으로 중국에, 2008년에는 ‘디홀릭’으로 일본 시장에 진출했다. 그는 그 중에서도 일본에 주목했다. 소득 수준이 높고, 한국과 거리도 가까워 배송에서도 강점이 있을 것으로 봤다. 일본에서 e커머스의 발달이 더디다는 점도 시장을 ‘블루 오션’으로 만들었다. 그는 “일본 e커머스 시장이 우리보다 3년 정도 뒤처져 있다고 본다”며 “동대문의 보세 옷이 갖는 가격 경쟁력도 일본에서 빛을 발할 거라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 대표의 생각은 적중했다. 디홀릭커머스는 연간 온라인 거래액(GMV) 1100억원을 올리는 플랫폼으로 성장했다. 2019년 말에는 벤처캐피털(VC) 위벤처스로부터 160억원 규모의 투자도 유치했다. 1000억원 넘는 기업가치를 인정받았다. 몇 년 내 기업공개(IPO)도 할 계획이다. 이 대표는 “VC 투자 이후 일본 기업들에게서도 투자 관련 러브콜이 많이 들어오고 있다”고 말했다.

현지화 전략 통해… 새로운 도약 준비
한국의 패션을 일본 트렌드에 맞게 현지화한 전략이 통했다. 이 대표는 “옷은 어디서 만드냐보다 어떻게 스타일링하는지가 더 중요하다”며 “‘메이드 인 코리아’보다 ‘스타일 바이 코리아’가 일본 시장에서 먹혀든 것”이라고 했다.

낮은 재고율과 빠른 배송도 강점이다. 계절과 유행에 민감한 의류 업계 특성상 재고 비율을 낮추는 게 중요한데, 따로 재고를 처리하는 팀을 둘 만큼 공을 들이고 있다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재고 비율은 2~3% 수준이다. 상품 배송 소요시간은 획기적으로 줄였다. 소비자들은 주문 후 3~4일 만에 상품을 받아볼 수 있다. 열흘 이상 걸리는 일반적인 해외 배송과 비교하면 큰 차이라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이 대표는 “해외 물류는 정확하고 빠른 배송이 관건”이라며 “배송 소요 기간이 5일을 넘길 것 같으면 고객들에게 미리 알려준다”고 설명했다.

그밖에 화장품 편집숍인 '크리마레'도 디홀릭커머스의 자랑거리다. 일본 주요 도시의 다양한 백화점에 입점해 있다. 이 대표는 "일본 내 소비자들에게 K뷰티의 이미지를 고급화하는 데 기여했다"고 평가했다.

디홀릭커머스는 제 2의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우선 접었던 중국 사업을 올 여름 다시 시작한다. 몰라보게 커진 중국 e커머스 시장을 공략한다는 방침이다. 일본에서는 도쿄에 약 5000㎡ 규모 스튜디오를 구축, 시범 운영 중이다. 연내 개장을 앞두고 있다. 일본 내 인플루언서들과 공조해 콘텐츠를 만들 예정이다. 또 개발 인력을 올해 기존의 세 배 이상으로 늘린다는 계획을 밝혔다. 이 대표는 “다음달 신사옥 이전도 예정돼 있다”며 “입점 업체 수도 지금의 2~3배 수준으로 확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종우/황정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