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희룡 제주도지사(사진)가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깜짝 회동'에 나선 사실을 공개했다. 원 지사는 김 전 위원장이 국민의힘의 현 상황을 두고 괴로워하고 있다고 전했다.
원 지사는 27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인터뷰에서 "김 전 위원장이 주말에 제주에 왔었다. 식사에서 앞으로의 얘기들을 하며 (당이) 이렇게 가면 안 된다고 걱정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원 지사는 "김 전 위원장은 민심을 담을 인물과 세력, 그게 국민의힘이 중심이 됐으면 좋겠는데, 지금 돌아가는 모습을 보니 과연 그게 어떨지 굉장히 괴로워했다"며 "(김 전 위원장 말로는) 나를 포함해 국민의힘이나 야권 전체에 아직 후보다운 후보가 아무도 없다고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흔히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지지율을 얘기하지만 3개월 뒤, 6개월 뒤를 생각하면 허망할 수도 있다"며 "그나마 지금 국민들의 관심과 기대가 쏠리기에 제대로 국가를 떠받칠 수 있는, 민심을 담을 수 있는 그릇을 만들어야 될 것"이라고 했다.
원 지사는 국민의힘 내부에서 나오고 있는 김 전 위원장 재추대론과 관련해선 "(국민의힘은) 국회의원이 100명이 넘는 당이고 왕성한 초선 의원들도 58명인가 되고 하는데 자강론을 해야한다"며 "언제까지 부모한테 부모가 뒤돌아봐 주고 과외 선생이 과외를 해 줘야 되냐. 이제는 자기 주도학습을 해야한다"고 일축했다.
그는 또 "국민의힘은 민심이 주는 신호등을 제대로 읽지도 못하고 정신 못 차리고 있다"며 "개인 발언이기야 하겠지만 기껏 최고 중진이라는 사람이 본회의장에서 얘기하는 게 전직 대통령 사면 문제다. 수구적인 모습을 못 버리고 과거로 돌아가면 다시 민심에 버림을 받게 된다"고 일갈했다.
원 지사는 더불어민주당 인사들도 김 전 위원장에게 접촉하고 있다는 사실을 전했다. 그는 "일단 인사차이긴 하지만, 여당 주자 중 일부가 (김 전 위원장에) 전화를 한다더라"고 말했다.
김 전 위원장은 제주 여행을 마치고 다음주 서울로 돌아와 역대 대통령들의 실패를 되짚는 내용의 저서를 준비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조준혁 한경닷컴 기자 pressc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