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교 60년' 도너바르트 주한네덜란드 대사 "전기·수소車 이끄는 현대차와 시너지 기대"

입력 2021-04-26 17:29
수정 2021-04-27 01:00
“네덜란드는 국토의 3분의 1가량이 해수면보다 낮아서 기후변화 문제를 더욱 중요하게 여기고 있습니다.”

요아나 도너바르트 주한 네덜란드 대사(사진)가 ‘한국·네덜란드 수교 60주년’을 맞아 한국경제신문과 한 인터뷰에서 네덜란드가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을 강조하는 이유에 대해 이같이 설명했다. 도너바르트 대사는 2019년 11월 한국에 부임했다.

ESG 경영은 최근 들어 세계적인 화두가 됐지만 유럽연합(EU)에서는 이미 10여 년 전부터 ESG 경영을 실천했다. 도너바르트 대사는 “EU 국가 중에서도 네덜란드가 가장 앞서가고 있다”고 자부했다. 그는 올 2월 기준 5680억유로(약 765조원)의 자금을 운용 중인 네덜란드공적연금 운용사 APG를 대표적 사례로 소개했다. APG는 2017년 특정 발전회사 지분을 매각하기 시작해 올초 보유 지분 전량을 처분했다. 해당 기업이 인도네시아 등의 석탄화력발전 건설사업에 투자하는 것을 문제삼은 조치였다. 도너바르트 대사는 “네덜란드는 APG를 통해 지속가능개발목표(SDG)와 ESG 표준에 매우 엄격한 투자 지침을 적용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도너바르트 대사는 네덜란드가 녹색에너지 분야에서도 선두주자라고 설명했다. 그는 “지난해 네덜란드 북쪽 지역이 유럽의 첫 번째 ‘수소밸리’로 지정됐다”며 “KLM네덜란드항공은 수소와 이산화탄소로 만든 합성연료로 승객을 나르는 데 세계 최초로 성공했다”고 했다.

그는 한국과 네덜란드의 접점을 친환경차와 패션 등에서 찾을 수 있다고 언급했다. 도너바르트 대사는 “네덜란드는 동네마다 전기차 충전소를 잘 갖췄고 수소차 인프라도 구축 중”이라며 “지난해 한국이 네덜란드에 수출한 1위 품목이 전기차이고 전기·수소차 시장을 이끌고 있는 현대차·기아가 한국 기업이라는 점에서 양국은 큰 시너지를 낼 수 있다”고 했다. 이어 “네덜란드에선 한국 드라마와 영화도 유명하지만 한국 패션이 정말 유명하다”며 “주한 대사로 부임할 때 아이들이 한국 패션 때문에 한국을 꼭 방문하고 싶다고 할 정도였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 “서울 어느 곳에서든 지하로 내려가면 지하철이나 대형 쇼핑몰이 나온다”며 “이렇게 멋진 지하세계가 있는 곳은 여기밖에 없는 것 같다”고 추켜세웠다.

그는 “네덜란드는 튤립과 풍차로 유명하지만 최근엔 농업과 정보기술(IT)을 접목한 스마트팜과 물류 허브로도 조명받고 있다”고 소개했다. 이어 “네덜란드는 ‘세계를 먹여살리는 작은 나라’라고 불릴 정도로 미국에 이은 두 번째 농식품 수출국”이라며 “온실에서 로봇이 채소를 수확하고 컴퓨터가 실내환경을 조절하는 등 지속가능한 농업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다”고 했다.

도너바르트 대사가 한국에 부임한 이듬해 코로나19가 확산했다. 이 때문에 지난해 양국이 추진한 행사들이 대부분 온라인으로 열렸다. 입헌군주국 네덜란드의 국경일인 킹스데이(27일) 기념 행사도 온라인으로 한다.

올해 양국 수교 60주년을 맞아 ‘함께 만드는 내일(Co-create Tomorrow)’이라는 슬로건 아래 여러 행사를 성대하게 준비하고 있지만 코로나19 상황에 따라 탄력적으로 대응할 방침이다. 도너바르트 대사는 “한국과 네덜란드가 수교한 지 60년이 되는 중요한 시기에 주한 대사로 있어 영광”이라며 “앞으로 양국이 또 다른 60년을 준비하기 위해 기후외교와 세계평화, 인권에 중점을 두고 함께 나아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리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