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까지 전화 폭주"…해외주식 열풍에 증권사 '잠 못드는 밤'

입력 2021-04-26 15:29
수정 2021-04-26 16:55

모 증권사 해외주식 부서에 근무하는 계약직 A씨는 요즘 '시차적응'에 애를 먹고 있다. 해외주식 투자가 늘면서 야간 근무가 많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A씨는 "격주로 돌아가면서 밤샘 근무를 맡다보니, 근무 시간이 바뀌는 때마다 체력의 한계를 느낀다"고 호소했다. 그럼에도 뜨거운 해외주식 열기만큼 금전적 보상도 따른다. 정규직 대비 인센티브가 높다는 것도 A씨가 느끼는 장점이다.

해외주식 투자가 많아지면서 증권사 직원들이 '잠 못드는 밤'을 보내고 있다. 초보 투자자가 많은 탓에 문의 전화가 새벽까지 이어지기 때문이다. 각 증권사들도 관련 인력을 대폭 늘리며 대응하고 있다. 본사 뿐 아니라 지점 프라이빗뱅커(PB)들도 고객들의 해외주식 문의가 늘면서 밤잠을 설치고 있다. 근무가 힘들어지다보니 여의도에서는 '모 증권사 해외주식 담당자에 건강상 문제가 생겼다더라'는 이야기가 심심찮게 돈다.

26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국내 증권사들의 지난해 해외주식 위탁수수료는 총 5466억원으로 전년(1633억원) 보다 234.6% 늘었다. 가장 많은 곳은 미래에셋으로 지난해보다 179.0% 늘어난 1347억원의 수탁수수료를 거뒀다. 삼성증권은 216.25% 늘어난 1161억원으로 뒤를 이었다. 가장 크게 늘어난 곳은 키움증권으로, 46억원에서 744억원으로 1년 만에 1490.5% 급증했다. 한국투자·NH·KB·신한금융투자·하나금융투자 등이 치열한 중위권 경쟁을 벌이고 있다.

증권사들 대부분은 주간(통상 오전 8시부터 5시), 미들(오후 3시~12시), 야간(9시~다음날 오전 6시)으로 3교대 근무를 하고 있다. 증권사마다 다르지만 격주 근무를 하거나 야간 전담 인력을 뽑아 운용하는 식이다. 초보 투자자들의 문의 전화가 가장 많다. 통상 미국 장이 열리는 때인 오후 11시부터 12시 사이에 각종 문의가 집중된다.

주요 기업의 실적 발표 등 이벤트가 있는 날이면 비상 근무를 가동한다. 이 때문에 미들 시간대 근무자가 야간까지 연장근무를 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담당자가 퇴근했다가 새벽에 다시 회사로 불려들어오는 경우도 종종 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초보 투자자들이 급격히 늘다보니, 한 사람당 들어가는 응대 시간도 길어지는 추세"며 "최근엔 저녁부터 새벽까지 군인들의 문의 전화가 많아진걸 보며 뜨거운 해외주식 투자 열기를 느낀다"고 말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증권사들도 관련 인력 구하기가 어려워지고 있다. 근무조건을 맞추면서 해외주식에 대한 지식 뿐 아니라 영어까지 원할히 하는 인력이 한정적이기 때문이다. 증권사들 중에서는 내부에서 인력을 차출해 정규직으로만 팀을 꾸리는 증권사도 있는 반면, 계약직 위주로 관련 인력을 늘리는 곳도 있다. 해외주식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인센티브 비중이 더 큰 계약직이 보상 체계상 유리한 부분이 있다.

고윤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