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앱을 설치하면 하루에 암호화폐 토큰을 1개씩 드려요. 올 하반기 상장 예정입니다. 절대 스캠(사기) 코인 아닙니다."
암호화폐를 스마트폰으로 쉽게 채굴할 수 있다며 사용자를 끌어모으는 앱 서비스가 성행하고 있다. SNS에선 앱 가입과 '추천인 코드' 입력을 유도하는 홍보글이 끊임없이 올라오고 있다.
이 같은 유형의 대표적인 앱 '파이네트워크'는 하루에 한 번만 접속해서 버튼을 누르면 암호화폐를 보상으로 준다고 홍보한다. 채굴 과정에서 배터리도 거의 소모되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이 업체가 나눠주는 암호화폐는 아직 금전 가치가 없다. 거래소에 상장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이 서비스는 26일 구글 앱 장터 구글 플레이 국내 인기차트에서 게임을 제외한 앱 가운데 7위를 차지했다. 모바일 데이터 분석 기업 아이지에이웍스에 따르면 지난 23일 기준 이 앱의 국내 일간 사용자 수(DAU)는 105만 명에 달한다. 지난달에만 약 49만 명이 설치했다.
파이네트워크가 인기를 끌면서 비슷한 유형의 앱도 늘어나고 있다. 주기적으로 앱에 접속해 채굴 버튼을 누르면 암호화폐를 보상으로 준다는 점에서 대부분 유사하다. 카카오톡 등 SNS에선 이 같은 앱을 홍보하는 오픈채팅방을 쉽게 찾을 수 있다. 이곳에선 아직 상장되지 않은 '극초기 코인'을 채굴할 기회를 준다며 각종 앱 다운로드 링크나 웹페이지 주소를 공유하는 사람들이 대다수다.
사용자들이 앱 홍보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것은 '추천인 제도' 때문이다. 자신의 고유 추천코드를 입력해 서비스에 가입한 사람이 늘어날수록 채굴 속도가 빨라진다. 한 사용자는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에서 "손해볼 것도 없으니 겁먹지 말고 가입하라"며 "상장이 되면 초대박이 날 수도 있다"고 권유했다.
홍기훈 홍익대 경영학과 교수는 "가상자산 투자로 '대박'을 쳤다는 사례가 주변에 늘어나며 이 같은 심리를 공략하는 서비스가 늘어나고 있다"며 "사용자 입장에선 '밑져야 본전'이라는 심리로 앱을 설치하게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형중 고려대 암호화폐연구센터장은 "암호화폐의 가치는 생태계에 참여하는 사람의 수가 많아질수록 높아진다"며 "앱 설치시 보상을 나눠주는 것은 가입자 수를 늘리기 위한 암호화폐 프로젝트의 일반적인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채굴 앱'을 통해 수익을 얻을 확률은 아직까지 낮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설명이다. 대다수 앱은 채굴 외에는 별다른 기능이 없다. 업체들이 밝힌 시기에 암호화폐가 거래소에 상장될지 여부도 확실치 않다. 앱 내 광고를 통해 수익을 얻는 앱도 있다. 암호화폐를 빌미로 광고 수익을 올리는 셈이다.
보안에 대한 우려도 제기된다. 구글 플레이, 애플 앱스토어 등 정식 앱 장터를 통하지 않고 확장자 'apk' 파일 형태로 유포되는 앱도 많다. 보안업체들은 출처가 불분명한 'apk' 파일을 다운로드 받으면 개인정보 유출 위험이 있다고 경고했다.
최한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