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서울 소공동 별관 건물(사진) 매각에 나섰다. 과거 상업은행 본점으로 서울시청, 명동 등에 인접한 금싸라기 땅에 세워진 건물이다. 하지만 건물 소유주들이 각종 풍파를 겪으며 ‘풍수지리적으로 나쁜 건물’이라는 구설에 오른 끝에 다섯 번째 주인을 찾게 됐다.
25일 금융계에 따르면 한은은 최근 ‘소공별관 매각을 위한 감정평가 용역’ 공고를 냈다. 다음달 4일까지 부동산 감정평가법인으로부터 입찰제안서를 받을 계획이다. 한은 관계자는 “짓고 있는 남대문로 통합별관 신축 공사가 내년 상반기 마무리되는 대로 소공동 별관을 매각하기로 했다”며 “적정 매각가를 산출하기 위해 감정평가에 나섰다”고 설명했다.
소공동 별관은 지하 1층~지상 13층 빌딩으로 1965년 건설됐고, 2004년 리모델링됐다. 당시에는 흔치 않던 10층 이상 건물로 준공식 땐 박정희 전 대통령이 참석해 테이프를 자르기도 했다. 2020년 기준 소공동 별관 부지 공시지가만 862억원에 이른다. 건물 및 토지 시가는 수천억원대로 추정된다. 소공동 별관은 외환위기 이전까지 한국 5대 시중은행 중 하나로 꼽히던 상업은행 본점이 있던 곳이다. 외환위기에 따른 은행 통폐합 과정에서 상업은행이 1998년 한일은행에 합병돼 한빛은행(현 우리은행)으로 바뀌며 해당 건물도 매각됐다. 그 후 여러 차례 주인이 바뀌었고 한은은 본관 인근의 사무공간 추가 확보를 위해 이 건물을 2005년에 사들였다. 한은이 보유하고 있던 회현동 땅과 현금 220억원을 매각대금으로 지급했다.
소공동 별관의 풍수지리적 문제가 부각된 것은 1978년 남산3호터널이 개통되면서다. 터널에서 나오는 나쁜 ‘기(氣)’를 정면으로 받는다는 소문이 돌았다. 3호터널 개통 직후 상업은행은 이철희·장영자 사건에 휘말려 은행장이 구속된 것은 물론 명동 지점장이 자살하는 사건이 이어졌다. 1994년 당시 정지태 상업은행장은 이를 의식해 집무실 집기를 터널 반대편으로 돌리기도 했다. 국민은행이 과거 주택은행과 합병할 때도 이 건물을 사옥으로 매입하려다가 풍수지리 문제를 이유로 취소한 바 있다. 한은도 해당 건물을 매입한 이후 직원들의 화재사고와 교통사고가 이어졌다. 이에 따라 출입문 위치를 3호터널과 마주하는 정면에서 한은 본관을 바라보도록 오른쪽으로 살짝 틀었다.
하지만 이 같은 소문은 어디까지나 미신에 불과하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건물에 입주한 한은 외자운용원이 2019년에 이어 지난해에도 사상 최대의 운용 수익을 거두며 선전하고 있는 것이 단적인 예다. 투자은행(IB)업계에서는 대체 투자처를 찾는 기관투자가를 중심으로 소공동 별관 매입에 관심을 보일 것으로 내다봤다.
김익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