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전 한국의 1분기 국내총생산(GDP) 증가율 발표는 해외 여러 나라에서 ‘탄광 속의 카나리아’로 주목받았다. 산업혁명 초창기 광부들이 탄광에 데려간 카나리아를 통해 유독물질을 감지했듯, 한국의 1분기 GDP 수치를 통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경제 충격 정도를 예측할 수 있을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지난해 4월 이후 미국과 유럽 등에서 코로나19가 본격 확산되면서 먼저 경제 타격을 받은 한국의 사례는 이후 세계 경제 향방을 점치는 가늠자가 됐다.
한국은행이 27일 발표하는 ‘1분기 실질 GDP 속보치’는 지난해와 다른 맥락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나타나기 시작한 경제 회복 흐름이 얼마나 가시화되고 있는지 판단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선 실질 GDP 총액이 코로나19 이전 수준을 회복했을지가 관심이다. 지난해 말 실질 GDP는 463조3950억원으로 2019년 말 468조8143억원 대비 -1.15% 뒷걸음질쳤다. 전 분기 대비 GDP 증가율이 작년 1분기(-1.3%)와 2분기(-3.2%)에 큰 폭으로 하락한 결과다. 다만 이후에는 증가율이 반등하며 3분기 2.1%, 4분기 1.2% 성장했다.
한은 자체 분석에 따르면 1분기 GDP가 전 분기 대비 1.3% 이상 증가하면 GDP 총액은 2019년 말 수준을 회복할 수 있을 전망이다. 정부는 자신감을 나타내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5일 “수출과 투자를 중심으로 예상보다 (경제가) 빠른 회복세를 이어가며 1분기 GDP가 코로나 위기 전 수준을 회복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한은과 국제통화기금(IMF) 등도 올해 한국 GDP 증가율이 3% 초·중반을 무난히 기록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산업계에서도 올해 경기 회복세를 가늠할 만한 지표가 나온다. 27일 에쓰오일과 현대제철 등을 시작으로 1분기 실적이 줄줄이 발표된다. 28일에는 SK하이닉스와 LG화학, LG디스플레이 등의 실적 발표가 있으며 29일에는 삼성전자와 네이버가 1분기 성적표를 내놓는다. 삼성전자의 미국 텍사스 공장 정전, 네이버의 인건비 부담 상승 등 기업별 악재가 반영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기대를 뛰어넘는 영업이익을 발표할 수 있을지 기대된다.
한은은 28일에는 4월 소비자동향조사 결과를 발표한다. 지난달까지 3개월 연속 상승하며 100.5로 코로나19 확산 이전인 작년 1월(104.8) 후 처음으로 100을 넘었다. 최근 코로나19 확진자 증가세에도 100 이상을 유지했을지 관심이다.
29일에도 한은은 4월 기업경기실사지수(BSI)를 내놓는다. 3월 해당 지수는 83을 기록해 2011년 7월(87) 이후 10년 만에 최고치를 나타냈다. 한은의 4월 BSI는 30일 통계청이 내놓는 ‘3월 산업활동동향’과 비교해 분석해볼 수 있다. BSI가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치라면 산업활동동향은 업종별 현황을 종합한 것으로 실물경제 회복과 관련된 동행 지표다. 2월 산업활동동향에서 이미 코로나19 사태 이전 수준을 회복한 산업 전반의 회복세가 이어지고 있는지 살펴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