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 더 오를 수 있을까"…자산배분 펀드로 눈 돌리는 투자자들

입력 2021-04-25 17:23
수정 2021-04-26 09:42
회사원 이모씨(30)는 최근 자산배분 펀드에 가입했다. 돈을 현금으로 묶어두긴 아까운데, 주식을 사자니 증시가 꼭지에 가까운 것 같아서다. 이씨는 자산배분 펀드에 가입해두면 수익률이 높진 않겠지만 변동성이 큰 장에서 버틸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투자자들의 시선이 자산배분 펀드로 향하고 있다. 주식형 펀드보다는 채권 등 여러 자산에 분산된 펀드에 가입함으로써 증시 변동성을 피하기 위함이다. 증시가 사상 최고점을 경신하고 있지만 활황장이 언제까지 이어질지에 대해 확신이 없는 투자자들이 자산배분 펀드를 돌아보고 있다.

25일 펀드평가사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최근 3개월간(22일 기준) 해외 자산배분 공모펀드에 유입된 금액은 총 1254억원이다. 같은 기간 국내 주식형 공모펀드에서는 1708억원가량이 빠져나갔다. 해외 주식형 펀드 중에서도 북미 펀드 외엔 최근 자금이 유출되는 펀드가 대부분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꾸준하게 돈이 들어오는 셈이다. 자산배분 펀드는 국내외 주식뿐 아니라 채권 등 다양한 자산에 자금을 분배해 안정적인 성과를 노리는 상품이다.

EMP 펀드(해외 자산배분 펀드 제외)에도 3개월간 1279억원의 자금이 유입됐다. EMP 펀드는 펀드 자산의 50% 이상을 상장지수펀드(ETF)에 투자하는 상품으로, 이미 여러 자산을 담고 있는 ETF를 또 여러 개 묶어 분산 투자 효과를 극대화한다. EMP 펀드 역시 당장의 고수익보다는 안정적인 수익을 좇는다.

해외 자산배분 펀드의 3개월 평균 수익률은 1.37%로 높진 않지만, 해외 주식형 펀드(-1.65%), 국내 주식형 펀드 평균(-0.08%)과 비교하면 비교적 순항 중이다. EMP 펀드의 수익률 역시 평균 0.46%로 플러스권이다.

개별 펀드를 보면 높은 수준의 수익률을 내고 있는 자산배분 펀드도 적지 않다. 설정액이 100억원을 넘는 펀드 중에선 ‘DGB똑똑글로벌리얼인컴증권투자신탁(H)(혼합-재간접형)’이 최근 3개월 동안 5.62%의 수익률을 올리고 있다. ‘미래에셋인사이트증권자투자신탁 1(주식 혼합)’ 역시 같은 기간 4.69%의 수익률을 기록 중이다. 조홍래 쿼터백자산운용 대표는 “작년처럼 주식시장이 우상향하는 구간을 지나 최근 지수가 등락을 거듭하니 많은 투자자가 일방향 베팅 상품보다 안정적인 자산배분 상품에 관심을 보이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다만 무작정 고수익을 노리고 자산배분 펀드에 가입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도 조언했다. 조 대표는 “자산배분 펀드는 꾸준한 수익률을 추구하는 상품이기 때문에 당장 수익률이 얼마나 좋은지보다 장기 성과로 봤을 때 변동성이 얼마나 낮게 제어됐는지를 따져야 한다”며 “자산배분 펀드도 증시가 하락하면 같이 내려가겠지만, 펀드 수익률 하락폭이 작아야 나중에 회복하기도 쉽다는 점에서 변동성을 낮게 유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슬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