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조롱 댓글에 '웃겨요'…벨기에 제품 불매운동 움직임

입력 2021-04-24 02:42
수정 2021-04-24 16:58


"한국 벨기에 수교 120주년 행사 취소하고, 맥주 등 벨기에 수입 제품 불매 운동 등을 전개하자. 대사 부인의 일탈 행위로 넘어갈 수 없다"

피터 레스쿠이에 주한벨기에 대사의 부인이 옷가게 직원을 폭행한 사건이 외신에 보도되는 등 일파만파 확산되는 상황에서 벨기에 대사관이 한국인을 조롱하는 SNS 댓글에 '웃겨요' 이모지를 누른 것이 확인돼 공분을 사고 있다.

23일 주한벨기에대사관 페이스북에는 폭행 사건에 대한 대사관 측의 대응을 비난하는 댓글이 쏟아졌다. 이 가운데 한 외국인이 "중국인이 뺨을 때리니까 너희 인종차별주의자들이 우는 모습이 즐겁다"라는 댓글이 달렸다. 벨기에 대사관 측은 이에 '웃겨요' 버튼을 눌렀다.

해당 댓글에 대한 비판이 쏟아지자 곧 삭제됐지만 이미 캡처 이미지가 확산된 상태였다.


국민들은 앞서 대사관이 올린 사과문에도 진정성이 담기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대사관 측의 사과문이 타 발표문들과 달리 존댓말로 적히지 않다는 점, 한국어에는 '피해자'라고 명시했으나 영문 사과문에서는 피해자라는 표현을 쓰지 않았다는 점 등을 문제삼았다.

벨기에 대사관의 사과 또한 외교부가 패트릭 엥글베르트 주한벨기에대사관 공관 차석을 외교부 청사로 불러 사건에 대한 입장을 전달한 이후 나왔다.

외교부는 대사 부인이 신속하고 적극적으로 경찰 조사에 임할 것을 권고하고, 국민 정서를 고려한 사과나 유감 표현이 사태 해결에 도움 된다는 입장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대사 부인은 앞서 지난 9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 소재의 한 옷가게에서 직원의 뺨을 때린 혐의로 경찰에 입건됐다. 당시 직원은 대사 부인이 매장 제품을 입고 나갔다고 오해해 구매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따라 나갔고, 매장 제품이 아니라는 걸 확인한 후 사과했지만 이내 실랑이가 벌어졌다. 대사 부인은 해당 직원을 비롯해 두 사람을 말리는 또 다른 직원 역시 폭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의 장면은 고스란히 매장 CCTV에 담겼다.

폭행도 폭행이지만 더 눈살을 찌푸리게 한 장면은 신발은 신은 상태로 매장내 흰색 바지를 입어보는 무개념 행동이었다.



이후 벨기에 대사관은 지난 22일 공식 페이스북을 통해 "주한 벨기에 대사는 부인에 관련된 사건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하며, 그의 부인을 대신해 피해자에게 사과드린다"면서 "어떠한 상황에서도 벨기에 부인이 한 행동은 용납될 수 없다"고 했다.

BBC, 홍콩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 외신들은 "대사 부인이 체포나 구금을 피할 수 있는 외교적 면책특권 대상이라는 주장이 알려지며 한국 국민들의 분노가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이를 반영하듯 벨기에 대사 부인 폭행 관련 국내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한국을 조롱하는 벨기에에 대해 불매운동을 진행하자", "벨기에 산 맥주를 사지 말자" 등의 움직임이 일고 있다.

최근 국내 수입 맥주 시장에서는 일본 불매운동의 여파로 부동의 1위였던 일본 맥주 판매량이 폭락하고 에일 맥주 열풍에 힘입은 벨기에 맥주가 1위를 차지한 바 있다.

벨기에 맥주로는 스텔라 아스투아, 호가든, 레페, 듀벨, 주필러, 블랑슈 드 브뤼셀 등이 인기를 끌고 있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