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교 친구 캐디와 재기 노리는 '불운의 천재' 장수연

입력 2021-04-23 17:16
수정 2021-04-23 23:36
3년 넘게 우승 소식이 없던 ‘불운의 천재’ 장수연(27)이 다시 기지개를 켜고 우승 경쟁에 합류했다. 23일 경남 김해 가야CC(파72)에서 열린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넥센·세인트나인 마스터즈 2021(총상금 8억원) 2라운드에서다.

강풍 속에서도 장수연은 이날 14번홀(파4)부터 4연속 버디를 몰아치는 등 보기 없이 버디만 5개를 쳤다. 5언더파 67타를 적어내 중간합계 6언더파 138타를 기록한 그는 박민지(23), 정세빈(20)과 함께 공동 2위에 이름을 올렸다.

장수연은 2017년 9월 열린 메이저대회 KLPGA챔피언십에서 통산 3승을 거둔 뒤 3년7개월 만에 우승 기회를 맞았다. 그는 당시 우승 이후 급격히 내리막길을 걸었다. 2019년에는 상금 순위가 71위(8094만원)까지 밀렸으나 메이저 우승 경력 덕분에 시드를 유지했다. 지난해 9월 팬텀클래식에서 준우승을 차지하는 등 서서히 경기력을 회복하고 있다.

장수연의 슬럼프 탈출 배경에는 중학교 친구 강혜원 씨가 있다. 장수연과 함께 골프선수의 꿈을 키웠던 강씨는 작년 팬텀클래식에서 친구의 백을 처음 멘 뒤 지금까지 함께하고 있다. 장수연은 “워낙 어릴 때부터 함께한 친구라 내가 무엇이 필요한지 눈빛만으로도 잡아낸다”며 “(친구의 도움으로) 샷 감도 눈에 띄게 좋아졌고 자신감이 점점 붙고 있다”고 말했다.

아마추어 시절부터 두각을 나타낸 장수연은 2016년 4월 롯데마트 여자오픈에서 투어 첫 승을 거두기 전까지 ‘불운의 아이콘’으로 통했다. 아마추어 신분으로 출전한 2010년 현대건설오픈에서 무리한 룰 적용 때문에 다 잡은 우승을 날렸기 때문이다. 당시 캐디로 나선 아버지가 타구 방향으로 캐디백을 내려놓았다는 이유로 2벌타를 받았다. 그때의 룰 적용을 놓고 아직도 의견이 분분하다.

장수연은 이로 인한 트라우마로 74개 대회 만에 겨우 우승을 차지했고 빠르게 승수를 쌓았으나 다시 슬럼프에 빠졌다. 친구의 도움으로 다시 한번 슬럼프에서 벗어나고 있는 그는 “그동안 멘털 코칭을 받고 스윙도 바꿨는데 되지 않았다”며 “친구와 호흡이 잘 맞아 자신감을 되찾았다. 남은 라운드에서 매홀 집중해 좋은 성적을 내겠다”고 강조했다.

1라운드 단독선두였던 장하나(29)는 이날 버디 4개와 보기 2개를 묶어 2타를 더 줄였다. 중간합계 8언더파 136타를 적어내 공동 2위 그룹을 2타 차로 따돌리고 반환점을 돌았다.

조희찬 기자 etwood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