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개탄 달라" 극단적 선택하려는 20대 손님 구한 알바생

입력 2021-04-23 14:37
수정 2021-04-23 15:02
지난 18일 오후 11시께. 전북 전주시 효자동의 GS25 서곡미라클점에 20대 여성이 들어왔다. 번개탄을 찾고 있었다. 야간근무를 하고 있던 8개월차 아르바이트생 장은지(사진) 씨는 “번개탄은 팔지 않는다”며 여성을 돌려보냈다. 혹시 하는 의심이 들었다.

10여 분 후 여성은 다시 왔다. 소주와 청테이프를 사 갔다. 의심은 확신이 됐다. 장씨는 경찰에 곧장 신고했다. 그러나 여성이 어디로 갔는지 찾을 수 없었다.

그가 편의점에서 카드로 결제를 했다는 점에 생각이 미쳤다. 장씨는 카드사에 연락해 여성이 물건을 산 편의점에서 계산이 잘못됐으니 점포에 전화하라고 전해줄 것을 요청했다. 카드사의 연락을 받은 여성은 편의점에 전화를 걸었다. 경찰이 위치추적에 성공하면서 약 한 시간 만에 극단적인 선택을 하려 했던 여성을 구할 수 있었다.


GS리테일은 지난 22일 장씨에게 조윤성 사장 명의로 감사장과 격려금을 전달했다고 23일 밝혔다. 편의점 방문자에 대한 세심한 관심으로 한 생명을 구한 공로다.

장씨는 “최근 뉴스에서 유사한 사례를 본 데다 GS25의 업무지원 시스템 ‘챗봇지니’에서 범죄 예방 교육을 받아 빠르게 도움을 요청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GS리테일은 장씨가 원하면 이달 말 그를 신입사원으로 채용할 계획이다.

챗봇지니는 GS25 직원들을 대상으로 한 인공지능(AI) 대화형 업무지원 시스템이다. 스마트폰으로 범죄 및 사고예방 관련 교육을 쉽고 꾸준하게 시행한다. 불이 꺼진 거리에서 홀로 밤새 운영하는 편의점 점포는 범죄의 대상이 될 수도, 학대아동 등 범죄 피해자 등이 몸을 피하는 장소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GS25는 장씨의 사례도 챗봇지니를 통해 전국 1만5000여곳 점포의 경영주와 직원들에게 전파했다.

노유정 기자 yjroh@hankyung.com